조카에 아들 여친 채용했는데···경고만 받은 전남대병원 간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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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용 전남대학교병원 원장이 15일 오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본관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전남대, 전북대, 군산대, 목포대, 순천대, 제주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삼용 전남대학교병원 원장이 15일 오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본관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전남대, 전북대, 군산대, 목포대, 순천대, 제주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전남대병원의 고위 간부가 아들과 조카 채용에 관여했지만, 병원 측은 경고 처분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전남대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졌다.

이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전남대병원 고위 관리자 A씨는 지난해 아들이 응시한 채용 과정에 시험 관리위원으로 참여해 합격에 관여했다. 또 조카의 서류면접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100점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12월 교육부가 실시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감사에서 적발된 사안이다.

박 의원은 “아들은 한 달 실습을 제외하고는 경력이 사실상 전무한데 경험 많은 다른 사람들을 모두 제치고 1등을 했다. (그렇게 채용된) 아들이 올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며 “A씨는 채용 과정에서 자격이 없는 조카에게 최고점을 줬다. 완벽한 아빠 찬스, 삼촌 찬스다”라고 했다. 그는 또 “A씨 아들의 여자친구도 채용에 합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10명의 합격자 중 경력이 단 한 줄밖에 없는 사람이 딱 2명인데 그게 A씨의 아들과 여자친구”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A씨는 완벽한 아빠찬스와 삼촌찬스를 써서 박탈감을 줬는데 병원장 포상을 받았고, 교육부는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경징계를 요구했다. 직권남용과 업무방해로 형사고발 처리할 수 있는데 병원 측은 경고로 징계를 끝냈다”며 “대한민국 청년들이 이래서 분노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삼용 병원장은 “A씨가 마지막 결재 라인에만 참여했다는 것으로 보고받아 경고 처리했다”며 “정규직 전환이나, 필기시험 문제에 구성원이 접근할 수 있는지 등은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 또 “조카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해야 했지만, 시간이 지나 경고로 끝났다”고 말했다.

연이은 추궁에도 “확인해보겠다”는 답변이 이어지자 이찬열 교육위원장은 “확인만 하실 거냐. (분노하는) 대한민국 청년들은 어떻게 하실 거냐”고 추궁했다. 이 위원장은 “병원장은 의사 활동도 해야 하지만 관리도 해야 한다. 사후보고만 받으면 사전에 일어난 일은 다 무마되는 것이냐”며 “사후보고를 받았으면서 아무런 조치나 점검을 하지 않았다면 병원장은 하루빨리 물러나 의사에 전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전남대병원은 지난해 감사에서 부적정 행위가 적발돼 교육부로부터 중징계 1명, 경징계 12명, 경고 9명 등의 조치를 요구받았다. 병원 측은 일부 직원들이 채용 관리 업무에 참여한 것은 맞으나 불법 행위에 이르지는 않았다며 이 중 12명에게 감봉(1명)·경고(11명) 조치를 했다. 전남대병원 노조는 “채용 비리 감사 결과를 명확히 밝히고 연루자와 징계자를 공개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으나 병원 측이 정보공개 요청마저 묵살했다”며 광주지검에 이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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