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바꿔주고 성적 채근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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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파워콤은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후발주자다. 론칭 8개월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빠른 광속 인터넷' 상품을 내세워 선전하고 있다. 이미 70만 가입자를 넘겼다.

H고 2년 김 모(17.서울 삼성동)군은 지난 주 일요일 저녁 자신의 방에서 컴퓨터로 '야한 거'를 몰래 보다 낭패를 당했다. 갑자기 어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와 김 군은 화면 오른쪽 위에 있는 '×' 버튼을 급히 눌렀으나 인터넷 창은 미처 닫히지 않았다. 김 군의 인터넷은 속도가 느렸기 때문이다. 그는 놀랐고 그 화면을 본 어머니는 경악했다.

비단 김 군만의 일이 아니다. 사무실에서 인터넷으로 몰래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두 번쯤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다.

인터넷의 속도가 느려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다. 인터넷으로 동영상이나 영화 등을 보려고 클릭하면 컴퓨터는 그 영상 정보를 내려 받으면서 한편으로 재생한다. 때문에 다운로드 속도가 느리면 동영상의 재생이 잘 안되고 화면이 끊기기 마련이다.

온라인으로 영화를 본 네티즌들은 대개 답답해한다. 영화를 다운로드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컵라면 익는 시간보다 더 길기 때문이다.

'광속의 인터넷, 엑스피드(XPEED).'

LG파워콤은 스피드를 요구하는 이같은 1030 네티즌들의 요구를 마케팅에 적극 반영, 성과를 내고 있다. 파워콤은 초고속 인터넷 사업의 후발주자다. 지난해 9월 처음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시장은 이미 KT와 하나로텔레콤, 케이블TV사업자(SO)가 장악하고 있었다. 포화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신규 진입자가 깨기에는 너무나 두터운 벽이었다.

파워콤은 최대속도 100Mbps의 '엑스피드 광랜' 상품으로 승부를 걸었다. 기존 가정용 상품의 속도는 10Mbps에 불과했다. 파워콤은 기존 인터넷보다 최고 25배가 빠른 서비스임을 내세웠다. 기존 상품은 다운로드하는 속도와 업로드 하는 속도가 달랐으나 엑스피드 광랜은 같았다.

스피드를 강조하는 이같은 마케팅은 동영상을 즐기는 1030 세대들에 어필했다. 영화 등을 빨리 다운로드 받아 끊김 없이 척척 볼 수 있으니 젊은 층이 먼저 반겼다.

이어 주부들이 움직였다. 자녀를 둔 주부들은 대부분 온라인 동영상 강의에 관심이 많다. 느린 인터넷으로 동영상 강의를 보면 자주 끊기고 화질도 좋지 않아 공부에 방해가 된다. 모르는 부분을 반복해 보려면 속도가 빨라야 한다. 엑스피드는 동영상 학습에 좋은 상품임을 내세웠고, 이는 특히 아파트 주부들에 주효했다.

덕분에 파워콤은 시장 진출 8개월 만인 지난6월말 현대 가입자 수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초고속 인터넷 시장 초기 선발업체들이 1년에 50만 명 정도를 확보한 데 비춰 이같은 실적은 돋보이는 것이다. 이 기간 중 KT.하나로텔레콤 등 선발업체들은 10만 명 선을 유치하는 데 그쳤다.

가격경쟁력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3년 약정 시 엑스피드 서비스 요금은 월 2만8000원.

"같은 요금 대비 최고 25배 속도로, 같은 속도 대비 최고 25% 싼 가격으로 서비스 하고 있다. 3년 약정할 경우 다른 회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최대 52만 원을 절약할 수 있다. 품질.가격에서 모두 경쟁력이 있다." 박희용 부사장의 말이다.

파워콤은 지난 18일 임시주총에서 사명을 'LG파워콤'으로 바꿨다. LG 브랜드로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파워콤은 사실 브랜드 파워가 약했다. 2000년 한전의 자회사로 설립됐으나 2002년11월 데이콤이 주식 45%와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2003년부터 LG그룹으로 편입됐다.

파워콤은 초고속인터넷 사업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그동안 광고를 많이 하지 못했다. 주로 네티즌의 입소문에 의한 버즈 마케팅에 의존했다.

사명 변경을 계기로 파워콤은 LG 브랜드를 내세워 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어서 초고속 인터넷 시장의 향배가 주목된다. 현재의 마켓셰어는 KT 50%, 하나로텔레콤 29%, LG텔레콤 5% 수준이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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