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말렸지만”…전직 경찰관, 법원 강제집행 막다 음독 중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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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강제집행 과정에서 60대 남성이 농약을 마셔 중태에 빠졌다. [뉴스1]

법원의 강제집행 과정에서 60대 남성이 농약을 마셔 중태에 빠졌다. [뉴스1]

전직 경찰관이었던 60대 남성이 법원의 강제집행 과정에서 농약을 마셔 중태에 빠졌다.

7일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1시쯤 경기도 부천시 춘의동 한 건물에서 건물주이자 채무 불이행자인 A(62)씨가 강제집행에 나선 집행관 등과 맞서다가 농약을 마셨다. A씨는 병원에 긴급 이송됐지만 중태다.

A씨는 수년 전 경찰관에서 퇴직하고 은행에서 돈을 빌려 춘의동 한 부지를 산 뒤 건물을 짓고 식당을 운영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영 악화로 은행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해 부지와 건물이 경매로 매각됐다.

A씨는 낙찰자인 B씨에게 부지와 건물을 되팔라고 제안했지만 B씨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법원은 강제집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같은 날 오전부터 21억원 상당의 건물 강제집행에 나선 집행관 10여명, 용역직원 50여명과 대치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집행관들에게 무리하게 들어가지 말 것을 요청했지만 집행관들은 강제집행을 통보한다는 이유로 건물에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을 지켜보던 A씨는 자신이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뒤 현장에서 농약 반병을 마셨다.

A씨의 아내 C씨는 "빚을 제때 갚지 못한 것은 우리 잘못이지만 충분히 협의가 가능한 상황에서 집행관들이 강압적으로 집행에 나선 것은 문제가 있다"며 "경찰도 말렸지만 집행관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관계자는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어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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