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들 만난 조국 장관…패스스트랙 법안 개선 의견 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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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장관이 출근하기 위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장관이 출근하기 위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조국(54) 법무부 장관이 2일 검사장들과 처음으로 만나 저녁을 먹었다. 조 장관과 일선 검사장들의 만찬 자리에서 검찰개혁 방안이 주로 논의됐다. 특히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조 장관에게 전달됐다. 이날 만찬이 이뤄지기 전 조 장관은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이 내놓은 검찰 개혁안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결정할 사안이다”고 밝혔다.

만찬서 수사권조정안 수정 필요성 논의

법무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이날 오후 7시부터 법무부 정부과천청사에서 조종태 광주고검 차장검사(검사장) 등 '검사장 리더십 교육'에 참석한 신임 검사장 7명과 2시간 동안 만찬을 진행했다. 신임 검사장 외에 박균택 법무연수원장과 지난해 교육에 참석하지 못한 문찬석 광주지검장도 참석했다. 문 검사장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 7월까지 대검 기조부장으로 검경 수사권조정 업무를 담당했다. 조 검사장은 2017년 대검 검찰개혁추진단장을 역임했다.

이날 저녁 자리는 주로 검사장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고 조 장관이 경청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형사‧공판부 강화를 위해서는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검사장은 조 장관에게 검찰 형사부 업무는 수사지휘‧종결‧기소가 핵심이기 때문에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의 지휘권을 폐지하는 수사권조정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형사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고 한다. 수사지휘권과 종결권 유지가 형사·공판부 강화의 전제 조건이라는 의미다.

수도권 지역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형사부가 단순히 사람 숫자만 늘려준다고 강화되는 것이냐”며 “법이 통과되면 형사부는 껍데기만 남고 국민에 대한 수사기관의 이중 보호막은 해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형사부 강화 위한다면 법안 보완해야"

패스트트랙 지정 수사권조정안은 조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당시 만들어졌다. 그러나 조 장관은 최근 형사‧공판부를 강화하고 특별수사로 대표되는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신임 검사장들은 조 장관 뜻대로 형사부 강화를 하기 위해서는 수사권조정 법안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지난 4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자유한국당의 회의장 입구 봉쇄로 회의실을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로 변경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입구에 모여 문을 열어달라며 항의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 4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자유한국당의 회의장 입구 봉쇄로 회의실을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로 변경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입구에 모여 문을 열어달라며 항의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을 비롯해 이번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한 7명의 대검 간부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대검 반부패부는 조 장관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비롯해 전국의 특별수사를 총괄한다.

조국, 대검 개혁안에 "장관 결정 사안" 

조 장관은 이날 오전 제2회 ‘법무혁신‧검찰개혁 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서울중앙지검 등 특수부 폐지안은 대통령령 규정을 개정해야 하고, 파견검사 전원 복귀안은 법무부 장관이 결정할 사안이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형사부‧공판부 제도 개선과 관련해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전날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 자체 개혁방안으로 특수부를 축소하고 파견검사를 복귀시키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에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 만에 검찰이 개혁안을 내놓은 것이다. 대검은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일선 검찰청의 특수부를 모두 폐지하는 개혁안을 선제적으로 내놨다.

법조계에서는 조 장관이 “검찰과 관계기관의 의견을 들어 개혁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지만 법무부 장관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표현하며 개혁 주도권을 검찰에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기정‧정진호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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