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장으로 읽는 책 (22)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채근담 하룻말

채근담 하룻말

백 번 때린 쇠처럼 단단하라. 급하면 깊지 못하다. 가장 큰 활을 당겨라. 가벼운 화살로 큰 것을 맞히지 못한다.

-홍응명 『채근담 하룻말』

백 번을 때린 쇠가 명검이 되고 가장 큰 활이 과녁을 맞히는 법이다. 세상에 가벼운 입, 가벼운 말이 너무 많다.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때문에 세상이 싫어질 지경이다. 명나라 사람 홍응명이 알려진 글에 자신의 생각을 보태 엮은 『채근담』은 그간 한용운, 조지훈 등이 번역했다. 이번 책은 박영률 커뮤니케이션북스 대표가 새로 번역하고, 중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거장 치바이스의 그림 365점을 더했다. 박영률은 “떨어지고 있는데 멈추지 않고 바로 올라가겠다고 용을 쓰면 몸은 부서지고 마음이 찢어진다. 홍응명은 이곳에 멈춤에 필요한 자기 명령문, 자신을 돌아보는 주문을 써놓았다”고 소개했다. 당대 유·불·도가의 생각이 두루 담긴 『채근담(菜根䜖)』은 ‘나물 뿌리 이야기’란 뜻. 흔히 ‘나물 뿌리를 씹듯, 별 볼 일 없고 거칠지만 차츰 맛이 깊어지면서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이야기’라고 불린다.

양성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