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범인 이춘재, 살인 14건 성범죄 30여건 자백"

재소자 신분카드에 부착된 이춘재의 사진. [JTBC 캡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가 처제 살인 사건 전 화성사건을 포함해 14건의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고 경찰이 2일 공식 확인했다. 이씨는 살인 외에도 30여건의 강간과 강간미수 범행도 털어놨다.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경기남부경찰청 2부장)은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사건 관련 브리핑을 열고 현재까지 9차례 이뤄진 이씨에 대한 대면조사에서 이같이 자백받았다고 밝혔다.

반 부장은 “이씨는 또 화성사건 외에 추가 살인 5건과 30여건의 강간과 강간 미수에 대해서도 인정했다”며 “이춘재가 자발적이고 구체적으로 살인과 성범죄에 대해 털어놨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자백내용에 대한 수사기록 검토, 관련자 수사 등으로 자백의 임의성, 신빙성, 객관성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발생한 10차례의 사건이다. 이 가운데 모방범죄로 드러나 범인이 검거된 8차 사건을 제외하면 총 9차례다. 이씨가 전날 14건의 살인 사건을 저질렀다고 자백했으니, 이씨는 이들 사건은 이외에도 추가로 5건의 살인사건을 저지른 것이 된다. 그러나 경찰은 5건의 살인 사건에 대해선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화성 일대에서 3건, 충북 청주에서 2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살인사건 말고도 30여건의 강간과 강간미수 범행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는 이씨가 군대에서 전역한 1986년 1월부터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검거된 1994년 1월까지 8년 사이에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라포’(신뢰관계)가 형성된 상황에서 이 씨가 지난주부터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임의로 자백하기 시작했다”며 “본인이 살인은 몇 건, 강간은 몇 건이라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이 어떤 자료를 보여줘서 자백을 끌어낸 게 아니라 스스로 입을 열고 있다는 뜻으로 일부 범행에 대해서는 본인이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1986년 12월14일 발생한 4차 사건의 용의자 DNA와 이씨의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도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추가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의 자백을 끌어내기 위해 수사관과 프로파일러를 이씨가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에 보내 총 9차례 대면조사에 나섰다. 그간 대면조사에서 범행 자체를 완강히 부인해 온 이씨는 끈질긴 경찰의 추궁 끝에 자신의 범행 사실을 전날 오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1994년 1월 구속기소돼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