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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상 수상이 흔한가···조국 딸 합격, 자소서가 갈랐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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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휴대폰으로 전송된 조국 딸의 동양대학교 표창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휴대폰으로 전송된 조국 딸의 동양대학교 표창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총장상을 받은 응시생은) 굉장히 드물다. 내 기억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 같다. 보통 학생은 거의 받을 확률이 없지 않겠나. 2~3년 정도 면접에 들어갔는데 그런 학생은 못 봤다.”

부산대 의전원 면접 참여 교수 10명 #“총장상이 합격에 영향 미쳤을 것” #"서류평가 격차 9점으로 가장 커…면접은 2~3점" #부산대 입학본부 “표창장 기재 항목은 가점 의도”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28)처럼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입시에 제출한 지원자가 있었느냐’고 묻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 A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2015학년도 부산대 의전원 수시 전형에 지원한 조씨는 자기소개서 네 번째 항목(수상 및 표창 실적)에 위조 의혹을 받고 있는 동양대 총장상을 기재했다. 입학전형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부산대 의전원 교수 10여 명에게 묻자 교수들은 “조씨처럼 총장상을 받은 학생을 거의 본 적 없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대 의전원의 경우 모든 교수는 1~2년에 한 번씩은 면접위원을 맡는다. 취재진이 만난 교수 상당수는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총장상이 조씨의 합격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답했다.

교수들은 조씨의 자기소개서에 기록된 총장상이 서류전형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봤다. 양산 부산대병원장과 부산대 의전원 교수를 지낸 B씨는 “자소서에 그런 것(총장상)이 있다고 한다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무 것도 없는 학생과 총장상을 받은 학생하고 그렇지 않으면 뭐로 결판 나겠냐”라고 되물었다.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하는 신상욱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장. 송봉근 기자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하는 신상욱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장. 송봉근 기자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부산대로부터 제출받은 ‘2015학년도 의전원 전형 평가 기준에 따른 배점표’도 조씨가 기재한 총장상이 합격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당시 입시요강에 따르면 학부 성적(30점), 영어(20점), 서류평가(20점), 면접고사(30점) 등 각 영역의 배점이 엇비슷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곽 의원이 입수한 세부 배점표를 살펴보면 실제 영역별 반영 점수는 기본점수의 폭에 따라 다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학부 성적의 경우 만점은 30점인데, 기본점수가 27.4점에 이른다. 응시생 사이의 실제 점수 차이는 최대 2.6점에 그친다. 영어도 만점은 20점인데 기본점수가 18점에 이른다.

반면 서류평가는 20점 만점에 기본점수가 11점이라 응시생 사이의 실제 점수 차이가 9점까지 벌어질 수 있다. 면접은 원칙적으로 0점에서 30점까지 차이날 수 있으나 실제 차이는 크지 않았다고 한다. 취재진이 인터뷰한 교수들에 따르면 응시생마다 면접위원이 달랐던 점을 고려해 실제 학생 간 격차는 1~2점, 또는 2~3점 수준을 넘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교수들은 학생 간 편차가 큰 서류평가가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입을 모았다. 자연히 여느 학생에겐 없는 총장상을 제출한 조씨가 합격에 유리했다는 설명이다. 조씨는 총장상 외에도 자기소개서  두 번째 항목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3주 인턴 근무 이력을 기재하고 해당 증명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이 증명서도 허위 발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장관 딸이 지원한 ‘자연계 출신자-국내 대학교 출신자 전형’에는 51명이 응시했고, 15명이 최종 합격했다.

지난 2일 오후 부산대학교 운동장 '넉넉한 터'에서 부산대 학생 300여 명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자녀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2일 오후 부산대학교 운동장 '넉넉한 터'에서 부산대 학생 300여 명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자녀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대 입학본부 관계자는 “조씨가 제출한 동양대 표창장이 평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수치로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자기소개서 문항에 수상 실적을 명시하도록 한 것은 가점을 주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전호환 부산대 총장은 '조국 파면 부산시민연대'와의 면담에서 "총장상 등 서류 위조가 법적으로 확인되면 입학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위성욱·이은지 기자, 박진호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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