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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패싱' 끝내나…민주당 "대기업 목소리 듣겠다"며 전경련 첫 방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5일 오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방문해 주요 대기업과 만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여당이 전경련을 공식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기업을 옭죄는 규제와 한일·미중 무역 갈등 등 대내외 경제 상황이 나쁜 상황에서 여당 의원들이 한때 '재벌을 위한 이익집단', '적폐'로 몰던 재계 단체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나선 것이다.

재계에 따르면,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의원 10명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을 방문해 정책간담회를 갖는다. 이날 행사엔 여당 측 요청에 따라 전경련을 탈퇴한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임원을 포함해 주요 기업 임원들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초부터 청와대와 여당이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 총수들과 만나면서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기업과 소통할 필요성을 느낀 여당이 전경련을 다시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전경련 패싱(passing·배제)' 기조에 변화가 감지됐다는 얘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앙포토]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앙포토]

문재인 정부는 과거 경제5단체의 핵심 축이었던 전경련을 각종 행사에서 배제하며 '전경련 패싱(passing)'을 고수했다. 전경련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 때 소속 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의 자금을 모은 역할이 드러나 사회적 비판을 받자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도 전경련을 탈퇴했다. 이 때문에 1961년 출범 이후 대기업을 대표하는 재계 단체로 역할을 하던 전경련의 위상은 크게 낮아졌다. 청와대나 경제부총리, 여당이 경제5단체와 갖는 각종 행사에서 전경련만 빠졌다.

하지만 집권 3년차인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면서 정부·여당도 대기업과 재계의 역할을 계속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대기업의 투자 없이는 고용과 경제성장률 등 주요 경제지표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일본의 수출규제가 본격화된 지난 7~8월에는 정부에서 수시로 대기업 총수들과 만남을 요청하기도 했다. 대기업 고위 임원은 "정부가 전경련을 패싱하다보니, 일본과 외교·무역 갈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한일 민간 경제단체를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경련이 출범 때부터 50년 이상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일본 재계단체 게이단롄은 일본 정계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전경련-게이단롄 고리를 정부가 적절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반면,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는 지난달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 고위 임원들을 만나 '한국 대기업들이 일본 재계와 교류를 통해 한일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가 종료되지 않도록 민간에서 노력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과 전경련의 정책간담회는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달 전경련 산하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성사됐다. 한경연을 만난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업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많다며 대기업과 간담회를 전경련 측에 요청했다고 한다. 당시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은 반(反)기업 정당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는데, 규제개혁 등 한국 경제의 산적한 문제에 민주당 의원들은 전향적”이라고 말했다. 또 함께 방문했던 백재현 의원은 “민주당은 친(親)재벌도 아니지만 반(反)재벌도 아니다”며 “재벌이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역할이 있기 때문에 그 공을 충분히 인정한다”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여당과의 잇따른 간담회에 대해 "여당이 주요 기업의 의견에 귀를 열고 나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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