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회담 전 "안전보장ㆍ제재 해제에 미국은 열려있다"더니

중앙일보

입력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북한에 대해 무력을 행사하지 않고 비핵화 시 밝은 미래를 제공한다는 기존의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답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답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임박한 시점에서 ‘무력 불사용’ 원칙을 재확인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보장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 교환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양 정상은 대북 제재가 유지돼야 한다는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전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북한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이런저런 대화를 통해 안전보장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 안전보장에 대한 북한의 구상, 발언들의 함의에 대해 한·미 공조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선 그동안 한·미 간 논의에 따라 미 측의 상응조치가 윤곽을 드러낼지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체제 보장에 대해서 구체적인 두 정상 간 말씀은 없었다”며 “제재는 유지가 돼야 한다는 언급은 나왔다”고 밝혔다. 강경화 장관이 “북한이 얘기하고 있는 안전보장 문제나 제재 해제 문제 등 모든 것에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한다는 것이 미국 측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한 것과도 거리가 있는 회담 결과가 나온 것이다.

체제 보장과 관련해 눈에 띄는 대목은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두 정상은 한·미 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전환해 70년 가까이 지속된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할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힌 정도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체제 보장 방안은 북·미 간에 논의돼야 하기 때문에 한·미 정상 간 회담에서 밝힐 수 없는 것 아니겠냐”면서도 “‘적대관계 종식’이란 표현으로 봤을 때 3차 북·미 정상회담에선 불가침 조약이나 종전선언이 논의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합의에도 담겨 있는 만큼 새로 울만 한 내용이 없다는 평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차 북·미 정상회담 의지를 밝히면서도 실제 가능성에 대해선 다소 유보하는 답변을 내놓은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3차 정상회담이 열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요구되느냐는 질문에 “글쎄, 지켜보자”라며 “지금 사람들은 그것(3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는 것을 보고 싶어 할 것이다.”이라고만 말했다. 이 같은 입장은 북한의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되면 비핵화 상응 조치를 놓고 다시 한번 팽팽한 힘겨루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새로운 방법론’과 관련해서도 “그 콘셉트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이 기존의 일괄타결식 빅딜을 접고 북한이 선호하는 단계적 비핵화에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뜻으로 해석됐지만 뚜렷한 입장 선회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두 정상은 북·미 간 실무 협상 재개 시 실질적인 진전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 방안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했다”며 “구체적인 논의 내용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두 정상 간 모두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진전시키기 위한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는 점은 동의했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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