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용의자 과거 '책280권 분량' 뒤진다…신상공개도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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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모(56)씨의 과거를 샅샅이 뒤지고 있다. 이씨가 지난 1~3차 조사에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서다. 경찰은 23일 이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대신 과거 수사 기록은 살펴보기로 했다. 이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도 검토하고 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한 용의자가 경찰조사를 받는 모습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한 용의자가 경찰조사를 받는 모습 [연합뉴스]

23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이씨에 대한 4차 조사 대신 과거 사건 기록 검토 등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씨가 지난 18~20일까지 진행된 3차례 조사에서 모두 혐의를 부인한 만큼 자백을 끌어낼 결정적 단서를 찾아 조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경찰 관계자는 "먼저 오늘은 이씨를 조사할 계획이 없다"며 "이씨를 조사했는지를 언론 공개하는 것도 수사원칙에 어긋날 수 있어 구체적인 내용은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책 280권 분량 과거 수사기록 재검토 중

현재 경찰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2부장을 수사본부장으로 한 57명의 대규모 수사팀을 꾸리고 법률분석팀과 피해자보호팀, 진술분석팀 등으로 나눠 이씨를 조사하고 있다.

진술분석팀에는 과거 연쇄 살인범 강호순의 수사를 담당하며 자백을 받은 프로파일러도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우선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과거 수사기록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18~20일까지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이씨가 혐의를 부인한 만큼 당시 수사 기록을 분석해 자백을 끌어낼 결정적 단서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수사기록만 책으로 하면 280권 분량이고 이외 서류철도 400여개나 된다"며 "당시 몽타주 작성에 도움을 준 버스안내양 등의 신병을 확보하는 등 과거 수사 내용을 중점적으로 드려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청주지검에서 이씨가 1994년 저지른 처제 살인사건에 대한 자료도 건네받기로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도 화성 연쇄살인 사건 관련 증거물을 보내 DNA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화성연쇄살인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연합뉴스]

경찰은 이씨가 당시 수사망에서 제외됐었다는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해서도 "과거 수사 기록에서 이씨를 조사했던 기록을 발견했다"며 "이씨를 몇 번 조사했고 어떤 진술을 했는지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화성연쇄살인 용의자 복역 중인 부산교도소[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 용의자 복역 중인 부산교도소[연합뉴스]

이씨의 신상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특정범죄강력처벌에 관한 특례법' 8조에는 피의자의 얼굴 공개 요건을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것 등으로 명시해 뒀다.

경찰 관계자는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한 사례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다"며 "현재 이씨는 피의자 신분은 아니다. 이씨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을지 법률분석팀과 논의하고 있다. 처제 사건으로 이씨의 신상 공개를 결정한다고 해도 이를 경기남부청에서 해야 할지 당시 사건 관할인 충북청에서 담당할지 등이 결정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가 다른 범행을 더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씨가 태어나서 자란 경기 화성과 결혼한 이후 이사한 충북 청주 일대에서 실종되거나 살해된 채 발견된 여성이 있는지 다시 살펴보고 있다.
또 현재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씨를 경기 안양교도소로 이감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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