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중국산 LCD 더 구매한다…TCL 자회사 차이나스타 물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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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서 지난 6~11일 열렸던 가전전시회 'IFA 2019' 내 삼성전자 전시장에서 모델들이 'QLED 8K' TV 풀 라인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독일 베를린에서 지난 6~11일 열렸던 가전전시회 'IFA 2019' 내 삼성전자 전시장에서 모델들이 'QLED 8K' TV 풀 라인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올해 TV 출하량을 크게 늘려 잡으면서 중국산 LCD(액정표시장치) 구매량도 확대하고 있다.

20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는 오는 4분기(10~12월)까지 BOE와 차이나스타 등 중국 업체에서 10.5세대 액정(LCD) 패널 구매량을 늘리기로 했다.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 역시 “한국 TV 메이커들이 낮아진 LCD 가격을 기회로 삼아 중국산 패널 구매량을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10.5세대 패널은 현재 가장 큰 사이즈(가로 2940㎜, 세로 3370㎜)의 LCD 기판으로 꼽힌다. 현재 중국 1위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10.5세대 LCD 라인을 두 개, 2위인 차이나스타(CSOT)는 한 개를 가동 중이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중국산 LCD 패널 수입을 늘리는 건 올해 TV 출하량 목표를 크게 높여 잡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올해 TV 출하량을 4250만~4300만대까지 올렸다. 이는 지난해 출하량 추정치(4140만대)뿐 아니라 올 초 예상치(4200만대)를 웃도는 수치다. 금액 기준뿐 아니라 판매량 점유율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3년 전 삼성, 중국 LCD 공장 지분 투자  

CSOT는 삼성과 TV 완제품 시장에서 경쟁하는 중국 1위 업체 TCL의 자회사다. 하지만 삼성은 CSOT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3년 전인 2016년 12월 삼성전자는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CSOT의 선전(深圳) 공장에 21억 위안(약 3500억원)을 투자해 생산법인 지분 9.8%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서 제작하는 10.5세대 LCD 패널 가운데 10% 안팎 물량을 삼성전자가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SOT의 10.5세대 LCD 공장은 지난해 말 완공됐으나 수율(생산량 대비 결함이 없는 제품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어려움을 겪었다. 올 하반기 들어 수율이 상당 부분 개선됐고, 이에 따라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물량도 늘어났다. 연말쯤에는 가동률을 100%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 모회사 TCL의 방침이다.

삼성 TV에 쓰이는 중화권 패널 비중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삼성 TV에 쓰이는 중화권 패널 비중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IHS 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한해 TV 출하량(4400만대)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사들인 LCD 패널 비중은 37.7%(1660만대)에 그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삼성 TV 10대 중 6대(61.4%)는 중국·대만 메이커가 생산한 LCD 패널로 제작, 판매될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로서는 LCD 판맷값이 원가 수준까지 내려간 만큼 저렴한 패널을 최대한 확보한 뒤, 삼성의 신호처리 능력이나 광학 기술을 더해 TV를 대량 생산하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의 프리미엄 제품 ‘QLED TV’ 가운데에는 대만 AUO의 LCD 패널이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대적으로 값싼 LCD 패널에 현재 2만원 수준까지 떨어진 퀀텀닷(QD) 필름을 덧붙여 색 재현율을 높이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TV 원가에서 LCD 패널의 비중은 크게는 30%, 작게는 10%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패널값이 떨어지면 완제품 업체는 그만큼 이득이다.

삼성, “대형화·8K TV 확산” 주력

삼성전자는 당분간 TV 사업에서 대형화, 8K 확산에 주력할 계획이다. 자발광소재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사업에는 부정적이다. 마진이 많이 남는 85인치 이상 초대형 TV를 만들기 위해선 수율이 높은 LCD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개발 계획도 자신들의 전략과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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