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40% 육박하는 무당층 어디로 갈까…한국당? 제3정당? 포기?

중앙일보

입력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오종택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오종택 기자

추석 연휴가 끝나고 야권이 일제히 주목한 건 ‘무당층의 증가’였다. 13일 SBS·칸타코리아 여론조사(성인 1026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에 따르면,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라거나 ‘모르겠다’는 응답층이 38.5%로 최근 여론조사 중에선 가장 높았다. 추석 연휴 후 처음으로 열린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약속이나 한 듯 이를 언급하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무당층이 증가한 것은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 등으로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데 따른 이탈로 보고 있다. 최근 각 여론조사 회사들이 내놓은 각종 조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부정평가가 긍정보다 높은 추세이며, 일부 조사에서는 부정평가가 50%를 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야권에서는 ‘무당층의 증가→여권 약화’라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게 야권엔 득일까 실일까. 또 수혜자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될까, 제3당이 ‘어부지리(漁父之利)’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선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당 측에선 무당층이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 지지층으로 흡수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반색했다. 그는 “드디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고, 노골적으로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라며 “개혁과 혁신을 통해 반드시 흡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헌정유린, 위선자 조국 사퇴 국민서명운동 광화문본부' 개소식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헌정유린, 위선자 조국 사퇴 국민서명운동 광화문본부' 개소식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한국당의 이런 자신감은 내년 4월 총선의 ‘심판론’ 프레임이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내년 총선은 경제 실정과 조국 법무부 장관 의혹이 맞물리면서 정권 심판론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한국당이 꼭 마음엔 안 들어도 무당층의 상당수가 제1야당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 소위 ‘비판적 지지’다”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무당층을 기존 정당의 실패로 보고 제3지대로 이동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도 한 명이다. 그는 16일 페이스북에 “무엇이 문제인지 지금부터라도 야당은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당은 물론 야당도 지지의 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제3지대가 어디냐에 대해선 역시 '희망사고'가 두드러진다. 바른미래당의 문병호 최고위원은 “이 당 저 당 싫다는 무당층이 늘고 있고 새로운 대안정치에 대한 국민의 갈증이 커지고 있다”며 “기성정치권에서 상대적으로 기득권이 적은 바른미래당이 주목받고 있고 안철수 대표의 빠른 귀국과 함께 손학규, 안철수, 유승민의 새로운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 일각에선 유승민·안철수 연대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어게인 2016'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6년 2월, 총선을 두 달 앞두고 만들어진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대승을 거두며 38석을 얻어 ‘녹색바람’을 일으켰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바른미래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온다. 국민의당 출신의 한 의원은 “당시 녹색 바람은 호남이라는 확실한 지역 기반과 안철수라는 대선후보를 내걸었기에 가능했다”며 “현재 지역 기반도 없고 사분오열된 바른미래당은 모래성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학계나 전문가들은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 모두 수혜자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무당층의 상당수는 중도층인데, 이들은 문재인 정부에 실망하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스스로 혁신하는 데 실패한 한국당에도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고 현재 지지율이 보여주듯이 바른미래당에 기대를 거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한국당이든 유승민·안철수 세력이 한쪽의 힘만으로는 지지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중도·보수가 연대해 확장성을 키우고 중도 무당층에 기대감을 줘야 한다. 그래야 여권과 맞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부산시당이 중앙당과 무관하게 '조국 파면 부산시민연대’ 출범시킨 것을 하나의 단초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부산서 '조국 파면연대' 결성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부산시당이 16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가칭 '조국 파면 부산연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유재중 한국당 부산시당 위원장, 하태경 바른미래당 부산시당위원장, 양당 당협?지역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송봉근 기자

부산서 '조국 파면연대' 결성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부산시당이 16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가칭 '조국 파면 부산연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유재중 한국당 부산시당 위원장, 하태경 바른미래당 부산시당위원장, 양당 당협?지역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송봉근 기자

무당층이 정치세력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무당층이 늘어난 건 야권에 분명 기회”라면서도 “중도·보수 통합이 무산되고 현 상태로 총선을 맞이하면 되레 무당층이 대거 기권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07년 대선 당시 열린우리당의 후신 격인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통합에 실패하자 실망한 지지층이 투표에 불참하면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500만표 차로 대패했다”고 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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