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구원투수' 허민 몸값은 3500억원?…넥슨, 원더홀딩스 지분 11% 사들여

중앙일보

입력

‘3500억원.’
넥슨이 허민(43ㆍ사진) 원더홀딩스 대표를 고문으로 영입하는 데 들인 금액이다. 허 대표는 인기 게임인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네오플의 창업자다.

넥슨은 9일 “원더홀딩스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해 신주인수 방식으로 지분을 확보한다”고 밝혔다. 지분 11.1%를 사들이는데 넥슨이 이번에 투자한 금액은 3500억원이다. 2009년 허 대표가 설립한 원더홀딩스는 e커머스 플랫폼 ‘위메프’와 게임 개발사 ‘원더피플’, ‘에이스톰’ 등을 이끄는 지주회사다.

이번 투자를 통해 넥슨과 원더홀딩스는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넥슨은 원더피플과 에이스톰의 게임 개발과 서비스에 협력하고, 허 대표는 넥슨의 외부 고문으로서 넥슨의 전반적인 게임 개발에 참여한다.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 [중앙포토]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 [중앙포토]

허 대표, 넥슨과 세 번 거래로 8000억원 이상 끌어내 

넥슨 측과 허 대표가 손을 잡는 건 이번이 세 번째다. 2008년 허 대표는 자신이 세운 네오플을 넥슨에 매각했다.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51) NXC 대표가 허 대표를 직접 만나 넥슨이 보유한 현금 전부와 대출금 500억원을 합쳐 3852억원에 네오플을 사들였다. 당시 네오플의 역작 ‘던전앤파이터’를 보고 거액을 투자했다. 던전앤파이터는 지금도 넥슨의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한다. 넥슨으로선 이익이 남는 장사였다.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 [사진 넥슨]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 [사진 넥슨]

두 번째는 2015년 김 대표의 NXC가 위메프에 1000억원을 투자한 일이다. 당시 업계 1위인 쿠팡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1조원을 투자했었다. 허 대표는 대학 선배이기도 한 김 대표에게『드림 빅』이란 책을 선물하며 위메프의 비전을 설명했다. 김 대표 역시 넥슨에 큰 이익을 안겨준 네오플의 창업자 허민이 내민 손을 흔쾌히 잡았다. 하지만 위메프는 지난해 4294억원 매출에, 영업손실 390억원을 기록 중이다. 현재까지 넥슨 입장에선 별로 남는 게 없는 장사다.

원더홀딩스의 다른 계열사인 게임 개발사 원더피플과 에이스톰도 아직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다. 그래서 업계에선 이번에 넥슨이 투자한 3500억원을 오롯이 허민 영입을 위한 일종의 스카우트 비용으로 본다. 김 대표로선 그만큼 ‘허민 영입’이 절실했다는 의미다. 넥슨은 이미 박지원 전 대표와 정상원 부사장을 용퇴시켰다.

넥슨코리아 이정헌 대표는 “게임에 대한 허민 대표의 높은 열정과 통찰력은 앞으로 넥슨의 차별화된 경쟁력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