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 안 했는데 받았다"는 조국 딸 서울대 장학금의 진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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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28)이 2014년 서울대 환경대학원 재학 당시 받은 장학금을 누가 추천했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28)이 2014년 서울대 환경대학원 재학 당시 받은 장학금을 누가 추천했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모(28)씨가 2014년 서울대 환경대학원 재학 당시 받은 장학금 지급 경위를 두고 조 후보자 측과 관련 단체들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조씨는 2014년 두 학기 동안 각각 401만원씩 총 802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이 장학금은 서울대 총동창회 ‘관악회’에서 주는 교외장학금으로 특별지급 장학금(특지장학금)이다. 서울대는 5000만원 이상 기부한 동문의 이름을 딴 특별 장학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조씨는 ‘구평회 장학금’을 받았다. 고(故) 구평회 전 E1 명예회장은 과거 서울대에 10억여원을 기부했다. 해당 장학금은 관악회가 이 기금을 운영해 나오는 수익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서울대 교외장학금 선발 방법에 따르면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는 ‘공개선발’이나 ‘학교추천선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공개선발은 지원 자격을 충족하는 학생이 개별신청하는 것이고 학교추천선발은 교외 장학단체가 학교에 장학생을 추천하거나 단과대학 추천을 받은 학생 서류를 제출하면 교외 장학단체심사 후 지급하는 것이다.

서울대 교외장학금 지급 관련 규정 [온라인 캡처]

서울대 교외장학금 지급 관련 규정 [온라인 캡처]

조 후보자는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저희 아이도 서울대 동창회 측으로부터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며 “어떻게 선정됐는지는 모른다”고 주장했다. 조씨와 가족 중 누구도 직접 신청한 적이 없다면 공개선발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조씨는 학교추천선발 과정을 거쳐 장학금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조씨의 지도교수를 맡았던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조씨를 장학생으로 추천한 적이 없다”고 했다. 윤 교수는 “(조씨가) 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단과대 추천을 받았다면 당시 학과장인 내가 모를 리 없다”고 주장했다.

단과대 교수의 추천도 없어도 관악회나 장학회의 자체 선정으로 장학금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구평회 장학회를 운영하는 송강재단 관계자는 조씨를 추천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송강재단 관계자는 “재단이 2013년 7월 설립됐기 때문에 당시 자체 선발 여력이 없어 선발 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며 “2014년에 지급된 1, 2차 장학금은 서울대나 동창회 측이 선발한 학생에게 줬다”고 주장했다.

관악회 측은 누가 추천했는지 모른다는 입장이다. 관악회 관계자는 “현재 장학금을 받는 학생은 장학회로부터 추천을 받아 결정하지만, 2014년 당시 선정 기준에 대해서 알 수 없다”며 “지급 명단은 있지만 지급한 이유에 대한 서류는 남아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총동창회의 '2014년도 2학기 특지장학금 수여 현황'에 따르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28)은 구평회(具平會) 전 E1 명예회장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장학금을 받았다. 조씨는 1학기에도 같은 장학금을 받았다. [2014년도 2학기 특지장학금 수여 현황 캡처]

서울대 총동창회의 '2014년도 2학기 특지장학금 수여 현황'에 따르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28)은 구평회(具平會) 전 E1 명예회장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장학금을 받았다. 조씨는 1학기에도 같은 장학금을 받았다. [2014년도 2학기 특지장학금 수여 현황 캡처]

종합하면 조씨 본인이 신청도 하지 않았고 단과대와 장학회의 추천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조씨는 두 학기 연속 이 장학금을 받았다. 서울대 총동창회의 ‘2014년도 1·2학기 특지장학금 수여 현황’에 따르면 구평회 장학회는 1학기 4명, 2학기 13명에게 해당 장학금을 줬다. 이 중 두 학기 모두 장학금을 받은 건 조씨와 기악과 학생 단 두 명뿐이다.

관악회나 서울대 측에서 누군가의 추천으로 자체 선발했을 가능성도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신청하지 않아도 장학금이 나왔다면 짐작하건대 학생의 부모가 동문이거나 교수이거나 이런 경우 알음알음 장학금을 제공했다는 소문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총동창회 관악회 자유게시판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에게 지급된 장학금 경위를 밝히라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캡처]

서울대 총동창회 관악회 자유게시판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에게 지급된 장학금 경위를 밝히라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캡처]

신청자와 추천자도 없고 장학금 선정 주체 역시 모호한 가운데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압수 수색을 통해 2014년 관련 자료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서울대 동문 사이에서도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 총동창회 관악회 자유게시판에는 ‘특별지원 장학금 지원 대상자 선정 기준이 궁금하다’ ‘조국 후보자 비리 은폐 의혹에 대한 동창회 공식 입장을 바란다’ 등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관악회 관계자는 “공식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지만 불만이 상당하다”며 “장학금 선정 관련 제도 개선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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