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 글로벌 마인드 키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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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크리스 여 그랩벤처스 CEO. [사진 그랩벤처스]

크리스 여 그랩벤처스 CEO. [사진 그랩벤처스]

“투자와 아이디어가 국경을 넘나들면서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졌어요. 지금이야말로 스타트업(start-up·신생 벤처기업)에 도전할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크리스 여 그랩벤처스 CEO #신기술로 고객 문제 해결하고 #그걸로 정부 규제완화 설득을

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스타트업 서울 2019’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방한한 크리스 여(Chris Yeo·사진) 그랩벤처스 최고경영자(CEO)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그랩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투자를 받으면서 크게 도약할 기회를 얻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스타트업 서울 2019’는 서울시가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시장 진출과 투자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했다. 전 세계에서 스타트업 기업인과 투자자·분석가 3000여 명이 참여한다.

그랩벤처스는 싱가포르·인도네시아·태국 등 동남아시아 8개국에서 공유차량 서비스를 주도하면서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이 지난해 6월 설립한 투자 전문회사다. 여 CEO는 UC버클리와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보스턴컨설팅그룹·싱가포르항공·페이팔 등을 거쳐 그랩에 합류했다.

여 CEO는 설립 8년차를 맞은 그랩에 대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차량을 호출하는 회사에서 ‘슈퍼앱’으로 진화했다”고 진단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동남아 6억5000만 인구 중 1억6300만 명이 그랩 앱을 사용한다. 인도네시아에선 모바일 결제 시장의 70%를 장악했다. 지난해엔 음식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올 상반기에만 필리핀·태국·베트남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로 성장했다. 지금은 전체 매출의 20%가 음식배달에서 나온다. 여 CEO는 “이런 성공의 배경에는 철저한 지역밀착 전략이 있었다”며 “그랩은 339개 도시에 맞춘 339개의 앱을 운영 중이다. 그만큼 도시 특성에 맞는 촘촘한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랩이 스타트업 투자에 관심을 가진 건 동남아의 차세대 기술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서다. 여 CEO는 “대부분의 벤처캐피털이 투자 수익에 중점을 둔다면 그랩벤처스는 파트너십 확대가 더 중요한 미션”이라며 “가령 인도네시아의 티켓구매 대행 스타트업인 ‘북마이쇼(BookMyShow)는 그랩과 손잡고 한 달 만에 70% 성장했다”고 자랑했다.

한국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여 CEO는 “창업 열기도 활발하고 정부 지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안다”며 “이럴 때 정부는 해외 진출을 독려하고, 기업가도 글로벌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투자 의향에 대해선 “동남아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다면 대환영”이라고 답했다.

낡은 규제가 신기술 도입을 발목 잡고 있는 지적에 대해선 “결국 고객에게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나라에서건 기술 혁신은 규제 완화보다 속도가 빠르다. 그랩이 창업했을 때 동남아엔 차량공유 규정조차 없었다”며 “핵심은 고객의 문제를 신기술로 해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이를 토대로 정부를 설득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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