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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과 정상회담 하는 아웅산 수치는 왜 국가고문일까

중앙일보

입력

2012년 6월 16일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에서 21년만의 노벨상 수락 연설을 하고 있는 아웅산 수치. [사진 노벨협회 홈페이지]

2012년 6월 16일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에서 21년만의 노벨상 수락 연설을 하고 있는 아웅산 수치. [사진 노벨협회 홈페이지]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아웅 산 수 치 미얀마 국가 고문과 ‘정상 회담’을 한다. 미얀마는 간선제 대통령제 국가로, 미얀마 의회는 지난해 3월 윈 민(Win Myint)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미얀마 헌법은 대통령을 국가원수 겸 행정 수반으로 인정한다. 그런데 왜 문 대통령은 윈 민 대통령이 아닌 수 치 여사와 정상 회담을 하는 것일까.

수 치 여사는 직제상 대통령의 바로 밑에 있는 국가 고문이다. 동시에 외교부 장관이고, 대통령실의 장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집권 여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National League for Democracy)을 이끈다. NLD는 2015년 11월 총선에서 상ㆍ하원 644석 중 군부가 지명하는 166석을 뺀 491석 중 390석을 석권했다. 간선으로 뽑는 대통령보다 정치적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수치 고문은 미얀마 국민이 국부(國父)로 추앙하는 아웅 산의 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수치 고문은 왜 스스로 대통령이 되지 않았을까. 군부가 만든 미얀마 헌법에 ‘직계가족 중 외국인이 있는 경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옥스퍼드대 유학 때 영국인과 만나 결혼한 수치 고문은 두 자녀가 영국 국적이다. 이 때문에 2015년 총선에서 압승한 수치 고문은 고등학교와 옥스퍼드대 동문으로 최측근인 틴 쪼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고, 이때부터 사실상 ‘수렴청정(垂簾聽政)’을 하고 있다. 틴 쪼는 2018년 3월 “대통령직을 그만두고 휴식을 취하고 싶다”며 돌연 사의를 표했고, 의회는 윈 민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수 치 고문은 미얀마의 민주화 투사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지만, 최근 그를 향한 국제 사회의 여론은 싸늘하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로힝야족을 향한 인종 탄압이 대대적으로 진행됐는데, 수 치 고문이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영국의 옥스퍼드시와 아일랜드의 더블린시는 이를 항의하는 의미로 명예시민권을 박탈했다. 한국의 5ㆍ18 기념재단도 그에게 준 광주 인권상을 박탈했다.

방콕=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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