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결렬부터 기자간담회까지…숨가쁘게 돌아간 국회의 하루

중앙일보

입력

2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국회의 하루는 길었다. 청문회 관련 막바지 공방과 여야 합의 결렬, 그리고 이를 대신할 기자간담회 제안·결정·실행이 약 5시간여 만에 연달아 숨가쁘게 진행됐다.

AM 10:00 법사위 ‘최후 협상’ 결렬

2일 오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개의를 놓고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오른쪽)이 여상규 위원장 발언 관련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개의를 놓고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오른쪽)이 여상규 위원장 발언 관련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시작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의 공개 정면 충돌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9시 10분 전체회의 개의 요구서를 내고 마지막 협상을 시도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요청서에 적힌 오전 10시에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30여분만에 김도읍 한국당 간사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간사가 들어와 가까스로 전체회의 대신 3당(민주당·한국당·미래당) 간사 회동을 열었지만, 이들은 앞서 20일 간 지속한 일정·증인 범위 논란을 또 반복했다.

송 간사가 “2~3일 청문회 개최”를 고집하자 야당 간사들이 “억지(김도읍)”, “궤변(오신환)”이라고 소리치는 장면도 연출됐다. 5분 만에 간사 회동이 결렬된 뒤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가족 증인 모두 양보” 입장을 공개 제안했다. 그러나 이를 전해들은 송 간사는 “청문회 날짜를 미뤄보려는 기만책”이라며 버텼다. 가까스로 다시 전체회의가 열렸고 여야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싸운 끝에 “법사위 차원에서는 끝났다”고 했다.

AM 11:45 조국 “기자회견” 요청…민주당 긴급 조율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법사위에서 협상 실패를 결론낸 시각. 조 후보자가 서울 종로구 적선동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청문회가 열리길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무산되어 무척 아쉽다”고 했다. 합의된 청문회 일정이 3일까지인데도 '무산'이란 단어를 썼다. 그러곤 “국민들께서 직접 진실이 무엇인지를 판단하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게 장관 후보자의 도리”라며 “오늘 중이라도 기자회견을 하겠다. 밤을 새워서라도 질문을 받고, 모든 답변을 드리겠다”고 했다.

10분 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조 후보자 본인이 의혹을 국민에게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요청했다”며 날짜를 “오늘”로 못박았다. 홍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기자간담회 개최를 의논했다. 지난달 22일 “대국민 기자회견 형식의 ‘국민 청문회’“를 거론했던 민주당 지도부와 빠른 의견 일치를 본 것이다.

PM 1:30 의원총회·기자단 논의…“두 시간 뒤” 확정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조국 청문회 관련 의견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조국 청문회 관련 의견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9월 정기국회 개의일인 이날 민주당은 예정대로 오후 1시 30분 의원총회를 열였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거듭 “오늘(2일)까지는 ‘국회의 시간’이지만 내일(3일)부턴 ‘대통령의 시간’”이라며 ‘조국 국회 기자 간담회’를 사실상 확정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국회 상주 민주당 출입기자 반장단과 오후 1시 40분에 모여 기자간담회 개최 여부 및 시간·장소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언론사들은 방송 편성·질문 준비 등의 이유를 들어 “시간을 두고 내일 개최하자”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홍 수석대변인이 “당 지도부와 후보자 본인이 내일은 절대 안 되고 오늘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선을 그었다. “조국 후보자는 2시 반에 국회 와서 대기를 할 것”이라면서 “(시작) 시간은 오후 3시인데, 4시 정도까지는 조정 가능하다”고도 덧붙였다. 장소는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여는 본관 246호를 제안했다. “이미 확보된 공간”이라는 이유에서다.

기자단이 민주당 제안을 수용하기로 중지를 모았다. 비슷한 시간 야당은 강력 투쟁을 결의했다. 바른미래당은 의원총회 직후 “불법 국민청문회 강행시 문재인 대통령 등을 권한남용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당도 긴급 의총을 열고 대정부투쟁 방안을 논의했다.

PM 2:30 국회 도착 조국, “제한 없이 소상히 답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로 들어서고 있다. 2019.09.02. 변선구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로 들어서고 있다. 2019.09.02. 변선구 기자

조 후보자는 오후 2시 5분쯤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을 떠나 25분 뒤 국회 본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준비단 소속 파견 검사는 오지 않았다. 그는 국회의원이 자주 이용하는 정문 대신 견학단·민원인이 출입하는 후문으로 수행원을 대동한 채 들어왔다. 보안 검색·출입증 교부 절차도 빠짐없이 받았다.

백팩을 어깨에 맨 조 후보자는 “불가피하게 언론 문답을 통해 국민께 판단을 구한다”며 “시간과 주제 제한 없이 질문에 소상히 답하겠다”고 했다. 이후 민주당 정책위의장실(214호)로 직행해 한 시간 가량 대기했다. 이재정 당 대변인,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 등이 그와 10분 가량 환담했다. 들어갈 때 정책위 관계자와 웃으며 악수했던 조 후보자는 대기시간인 1시간여 동안 2번 화장실을 찾았다. 입을 굳게 다문 채 긴장한 표정이었다.

PM 3:30 간담회 시작…딸 얘기에 ‘울컥’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입장해 인사하고 있다. 2019.9.2 변선구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입장해 인사하고 있다. 2019.9.2 변선구 기자

시작 3분 전, 간담회장으로 이동하는 조 후보자의 손에는 아무 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서류가 든 백팩을 매고 자리에 앉은 그는 청문회 도중 “법정 기한 마지막 날, 더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해 국회를 찾았다”고 말했다. 해명은 시종일관 침착하게 진행했다. 다만 딸 얘기를 하며 몇 차례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을 보였다.

심새롬·이우림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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