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대입 재검토" 지시에 野 "현실 인식 달나라에 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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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태국·미얀마·라오스 동남아 3개국 순방을 위해 1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태국·미얀마·라오스 동남아 3개국 순방을 위해 1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자녀 논란 관련 "대학입시 제도 전반 재검토"를 지시한 가운데 야당이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달나라에 가 있다"며 비판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는 대통령, 이제 와서 제도 탓하며 조국 후보자를 비호하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은 지난 한 달간 어디서 꿈만 꾸고 있었단 말인가"라며 "국민의 분노를 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뉴스1]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뉴스1]

전 대변인은 "한 시간이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입시 비리, 사학비리 의혹에 이어 불법사모펀드를 이용한 권력형 게이트로 확산되어 가는 조국 후보자 비리 연속극이 무려 한 달간지속됐다"며 "앞으로는 공정과 정의, 뒤로는 온갖 특권과 비리를 저질러 왔던 위선 정권에 국민이 등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제도의 허점을 교묘히 파고들어 반칙으로 타인의 기회를 빼앗고 불법적 특권을 누린 조국 후보자와 그 일가의 죄를 '제도 탓'으로 떠넘기는 매우 비겁하고 교활한 발언"이라며 "제도 개선, 공정의 회복 모두 조국 후보자 사퇴, 지명철회 이후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달나라에 가 있는 대통령의 상황 인식, 기가 막힐 뿐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의 대학 입시 제도 재검토 언급은 '물타기'라고 규정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 [뉴스1]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 [뉴스1]

이 대변인은 "대입 제도가 문제이지 조 후보자의 도덕성과 조국 후보자 딸의 논문 논란 및 입시 부정 의혹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 그 대입 제도 하에서 오직 정직하고 성실하게 임해, 조 후보자의 특권과 반칙에 밀린 수많은 학부모의 허탈감, 청년들의 좌절감은 무엇인가"라고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청문회가 정쟁화해 좋은 사람을 발탁하기 어렵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귀가 의심스럽고 어안이 벙벙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 총체적 분노와 절망을 가져오고 있는 '조국 사태' 국면에서,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나며 '국민 염장'을 지르고 비행기에 올랐다"고도 꼬집었다.

그는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달나라에 가 있다"며 "문 대통령의 동남아 3개국 순방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면서도, 부디 순방 중에 '조국 임명'을 전자 결재하는 우는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 순방 떠나며 "대입 전면 재검토"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태국·미얀마·라오스 등 동남아 3개국 순방길에 오르기 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당정청 고위관계자들을 만나 "조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있는데 이 논란의 차원을 넘어서서 대학입시 제도 전반을 재검토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 가족 의혹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입시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입시제도가 공평하지 못하고 공정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면서 "특히 기회에 접근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 깊은 상처가 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또 "공정의 가치는 경제 영역에 한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회 영역, 특히 교육 분야에서도 최우선의 과제가 돼야 한다"며 "이상론에 치우치지 말고 현실에 기초해서 실행 가능한 방안을 강구하라"고 강조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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