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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전례 없다"는데…청문회 나온 누나·아내·형수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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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8일 서울 광화문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2019.08.28 김상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8일 서울 광화문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2019.08.28 김상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관련해 여야가 증인 채택 범위를 놓고 공방 ‘2라운드’에 돌입했다. 지명 18일만에 가까스로 일정에 합의하며 ‘1라운드’를 끝내자마자 조 후보자의 가족 출석 여부를 두고 팽팽하게 대립 중이다.

자유한국당은 조 후보자의 딸과 아내, 동생을 직접 청문회장에 불러 관련 의혹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이 28일 현재까지 추린 증인 25명 명단에서 1~5번은 조 후보자의 어머니, 아내, 동생, 동생의 전 부인, 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가족 절대 불가’를 외치며 맞서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우리 국회는 지금까지 수많은 가족 관련 의혹이 있었어도 단 한 번도 가족을 증언대에 세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가족을 증인으로 세우는 것은 또 다른 패륜”이라며 “금기까지 깨면서 반드시 가족을 출석시키자는 요구는 지나치다”고도 강조했다.

지금까지 청문회장에 가족이 나온 전례가 정말 없을까. 한국당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도읍 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2010년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만 가족이 두 차례 출석했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2010년 8월24일 국회에서 열렸다. 입술을 굳게 다문 김 후보자가 ` 특혜 대출 의혹 `등을 캐묻는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2010년 8월24일 국회에서 열렸다. 입술을 굳게 다문 김 후보자가 ` 특혜 대출 의혹 `등을 캐묻는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그 해 8월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김태호 전 의원은 형수와의 9500만원 채무관계가 ‘수상한 거래’라는 지적을 받았다. 여야가 김 후보자의 형수 유모씨를 증인으로 신청하자 유씨는 “자녀교육 문제로 미국 출국한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버텼다. 그러다 여론이 악화하자 결국 청문장에 나왔다.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유씨가 “차용증까지 쓴 적법한 거래”라고 직접 해명했지만 김 후보자는 낙마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2006년 10월 이전에는 만난 적이 없다”던 해명이 거짓말로 탄로난 게 결정적이었다.

김황식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 뒷쪽으로 은진수 감사원 감사위원, 총리 누나 김필식 동신대 총장이 자리하고 있다.

김황식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 뒷쪽으로 은진수 감사원 감사위원, 총리 누나 김필식 동신대 총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후 지명된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경우 누나인 김필식 전 동신대 총장이 국고 특혜 지원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인사청문장에 출석했다. 김 전 총장은 ‘대학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느냐’는 질의에 “전혀 없다. 저희 형제는 서로 각별히 예의를 갖추고 사는데 어떻게 그러한 일을 그 직책에 있는 사람에게 부탁할 수 있느냐”고 답했다. 청문회를 통과한 김 전 총리는 41대 국무총리로 2년 4개월 간 재직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아내가 청문회에 출석한 사례도 있다. 인사청문회는 아니지만 1999년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옷 로비 의혹 사건’ 청문회에 김태정 전 법무장관 아내 연정희씨가 나왔다.

옷로비 의혹사건에 대해 진실을 밝히겠다며 1999년 서울 도곡동 최병모 특별검사 사무실에 자진출두한 김태정 전 검찰총장이 부인 연정희씨가 곁에서 울먹이는 가운데 국민에 대한 사과문을 읽고있다.

옷로비 의혹사건에 대해 진실을 밝히겠다며 1999년 서울 도곡동 최병모 특별검사 사무실에 자진출두한 김태정 전 검찰총장이 부인 연정희씨가 곁에서 울먹이는 가운데 국민에 대한 사과문을 읽고있다.

연씨의 경우는 남편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왔다기보다는 본인이 의혹 당사자로 출석한 케이스다. 김 전 장관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부인 이형자가 남편의 구명을 위해 연씨에게 고가의 옷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서다. 연씨는 청문회에 나와 “저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난 로비 미수사건”이었다며 “남편에게 물의를 일으켜 뭐라 사죄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눈물을 흘렸다.

검찰 수사와 청문회에서도 해소되지 않은 옷 로비 의혹은 결국 그 해 말 특검 수사로 이어졌다. 당시 최병모 특별검사는 연씨가 호피무늬 반코트를 받고 수사기밀을 노출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형자가 남편의 구명을 위해 고위층 부인들에게 시도한 실패한 로비”라고 발표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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