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때처럼 못 치고 나간다···'조국사태' 침묵한 文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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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검찰 수사를 받는 신분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게 된 상황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청와대도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며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지난해 퇴임한 김창석, 김신, 김소영 전 대법관에게 청조근정훈장을 수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지난해 퇴임한 김창석, 김신, 김소영 전 대법관에게 청조근정훈장을 수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이 지난 27일 퇴임 대법관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관련 언급을 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법에 대한 생각은 모두 다를 수 있겠지만, 법은 차가운 게 아니라 따뜻한 것이라 생각한다”는 원론적 메시지를 내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4월 도덕성 논란을 빚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의 사퇴 공세가 거세지자 당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김 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는 강수를 뒀다.

김 전 원장은 19대 의원 임기 종료 전 자신이 소장으로 있던 더미래연구소에 5000만원을 ‘셀프 후원’ 했다는 의혹과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청와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직접 적법성을 가려달라는 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검찰은 해외출장 건은 전부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5000만원 출연은 벌금 300만원에 약식 기소했는데, 올해 정식 재판에 회부돼 다음달 19일 선고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27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지난해 퇴임한 김창석, 김신, 김소영 전 대법관에게 청조근정훈장을 수여한 뒤 환담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27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지난해 퇴임한 김창석, 김신, 김소영 전 대법관에게 청조근정훈장을 수여한 뒤 환담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당시와 비교하면 조 후보자 상황은 더 엄중해진 측면이 있다. 우선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후보자 관련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은 이례적이다. 후보자와 관련한 압수수색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것도 드문 경우다. 더군다나 검찰을 지휘하고 검찰의 인사권을 행사하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검찰 수사를 받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어서 장관에 임명되더라도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 침묵이 어쩔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온 선택이란 논리도 있다.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현재 상황과 관련해 어떤 반응을 내놓더라도 가이드라인이 될 수밖에 없지 않냐는 것이다. 다만 청와대는 대체로 급작스러운 검찰 수사에는 불편해하는 기류다. “누구보다 문 대통령이 착잡해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번 수사는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에서 검찰이 이른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착수한 1호 수사다. 윤 총장을 임명한 사람이 바로 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다음 달 2~3일 조 후보자 청문회까지는 침묵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내부에선 “본인 해명을 직접 들어봐야 되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다수다. 지명 철회가 고려되는 분위기도 아니다. 문 대통령이 국회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할지 여부, 한다면 어느 정도 말미를 주느냐 등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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