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중국서 '트럼프 트윗' 무시론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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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위터 정치’에 중국인이 내성이 생긴 모양새다. 중국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27일 “중국인은 왜 트럼프의 트윗을 무시하나”란 글을 실었다. 갈수록 많은 중국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허세’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6일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기간 기자회견에 참석해 대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트윗 정치가 중국에선 점차 효력을 잃는 모양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6일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기간 기자회견에 참석해 대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트윗 정치가 중국에선 점차 효력을 잃는 모양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견해를 트위터에 올렸을 때 처음엔 많은 중국인이 참신함을 느꼈다. 트위터로 통치하는 대통령이란 생각에서다. 그러나 이내 두려움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플랫폼을 이용해 중국을 거칠게 후려갈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미국 주류 사회를 대표하기에 트윗에서 중국을 비난한 내용에 따라 중국과 중국인에 커다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걱정했다. 특히 관세를 올리면서는 중국인의 삶이 크게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에서 우려는 더 커졌다.
한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새로운 판단을 하게 됐다. 비즈니스맨에서 대통령으로 변신한 트럼프를 초기엔 개성이 강한 정치인으로 봤는데 개성이 강한 게 아니라 그의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걸 발견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의 트윗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하루에도 여러 번 곡조가 바뀐다. 때론 그 자신 모순되는 말을 하기도 한다. 렉스 틸러슨 전 미 국무장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가 대표적인 예라고 신문은 주장했다.
2016년 12월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선택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이 “불굴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폭넓은 경험과 지정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틸러슨과 사이가 나빠지자 “완전 바보에다가 전혀 준비되지 않았고 전혀 자격도 없는 국무장관”이라고 틸러슨을 혹평했다. 중국인은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의 일반적인 행동 양식과는 달리 충동적으로 말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기간 만나 미중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무역전쟁 관련된 양국의 협상은 아직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기간 만나 미중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무역전쟁 관련된 양국의 협상은 아직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로이터=연합뉴스]

6300만 팔로워를 거느린 트럼프 대통령이 이 플랫폼을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고 괴롭히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차츰 면역력이 생겼다.
지난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기업에 “중국에서 나와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라”고 명령했을 때 놀란 중국인은 거의 없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전혀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미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듯이 미국 비즈니스는 중국과 아주 깊숙이 엮여 있어서 그것을 풀어버리는 순간 세계 경제는 곧 재앙을 맞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놀라는 건 중국이 아닌 미국이라고 신문은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 부과를 언급하자 미국의 다우존스 지수는 2.37%, 나스닥 지수는 3% 폭락했다. 반면 중국의 상하이 지수는 1.17%, 선전 지수는 0.98% 하락하는 데 그쳤다.
과거와는 다른 중국의 반응이다. 2018년 6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 부과를 발표했을 때는 이튿날 상하지 지수가 3.78%, 선전 지수는 5.31%나 떨어졌다.
“중국인은 점차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나 중국인의 삶에 생각했던 것보다 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으며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시쥔양(奚君羊) 상하이 재경대학 교수는 말했다.
이젠 ‘#트럼프횡설수설’이란 트윗이 유행할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신뢰를 잃었다고 신문은 말했다. 트럼프는 트위터를 그저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쇼’ 무대로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중국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굳이 신경을 쓸 필요가 뭐가 있겠느냐는 게 글로벌타임스의 결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인의 눈에 점차 ‘종이 호랑이’로 비치고 있는 모습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처음엔 ‘트위터 통치’ 참신한 대통령 생각 #변덕스럽고 자기 모순적인 트윗 남발하자 #개성 강한 게 아니라 일관성 없다고 판단 #그저 표를 얻기 위한 충동적 발언으로 봐 #트럼프 트윗 무시해도 된다는 인식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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