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조국청문회 '침대축구'···추석 밥상 민심 노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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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정 시한인 8월 30일 전까지 조국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반드시 개최돼야 한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22일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

"민주당이 때아니게 법 해석을 굉장히 엄격하게 한다." (나경원 원내대표, 20일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을 두고 여야 원내대표의 기 싸움이 팽팽하다. 민주당은 빨리 열자고 압박한다. 하지만 한국당은 느긋하다. 민주당엔 한국당이 '침대 축구'를 한다면서 부글부글하는 당직자들이 많다. 축구에서, 이기고 있을 때  아픈 척 드러누워서 시간을 끄는 행위와 비슷하다는 거다.
국회 인사청문회법 제9조에 따르면 ‘해당 위원회는 (정부의 장관후보자) 임명동의안 등이 회부된 날부터 15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고 돼 있다. 정부가 지난 14일 제출한 조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안은 16일 법제사법위원회에 왔다. 민주당과 청와대는 이날을 기준으로 15일째인 오는 30일 청문회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인영 원내대표뿐 아니라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무엇이 사실이고 사실이 아닌지 명확히 소명하기 위해 인사청문회 필요성을 반복해 말씀드린다”고 했다. 반면 한국당은 8월 말이 아닌 9월 초 인사청문회 개최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여야가 청문회 일정을 두고 대립하는 이유는 뭘까? 정치권에선 9월 12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소위 ‘밥상머리 민심’을 노린 셈법이란 분석이 나온다. 명절 연휴 기간 각지에서 모인 가족들이 밥상머리에서 오가는 말들이 보통 여론의 흐름을 좌우하곤 해서 여야는 언제나 추석민심에 촉각을 기울이곤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이 9월 2일을 주장하는 건 조국 후보자 관련 논란을 다음 달 12일 시작하는 추석 연휴까지 끌고 가겠다는 뜻이다.
만약 9월 2일 청문회가 열리면 국회는 다음날 조 후보자 청문 보고서 채택을 논의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선 바로 결렬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대통령은 4일부터 법에 따라 기간을 정해 청문 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할 수 있다. 10일 이내의 범위에서다. 지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 국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6일을 주면서 재송부를 요구했다. 똑같이 적용하면 문 대통령은 9월 10일 정도를 전후해 재송부를 요청하고, 야당이 거부해 보고서가 오지 않으면 11일 정도에 바로 임명을 강행할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꼭 추석 연휴 직전이다. 그러면 한국당으로선 문 대통령의 임명강행을 공격하면서 추석 연휴에 들어갈 수 있다.

한국당이 쥔 카드는 더 있다. 청문회 일정을 9월 2일 이후로 더 늦추는 것이다. 지금의 장외검증 국면을 계속 끌고 가자는 것이다. 한 한국당 의원은 "아예 청문회 일정을 안 잡으려 한다"는 말도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반면 민주당은 당연히 이달 말에 청문회를 해서 논란을 속히 잠재우고 국면을 바꾸려 한다. 국면을 바꾸려면 조 후보자가 직접 마이크를 잡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 조국 후보자가 제대로 마이크를 들 수 있는 자리가 없다. 인사청문회를 하면 몇 가지 의혹은 바로 해소될 수 있기 때문에 일찍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했다.

송기헌 민주당 법사위 간사는 22일 “지난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 때 (민정수석이던) 조국 후보가 출석해 잘 대응했다. (청문회가 열리면) 한국당이 되치기당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조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일 때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의 폭로(민간인 사찰 등)와 관련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적이 있다.  당시 야당의 파상 공세를 잘 받아넘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 한 원외 지역위원장은 “조 후보자에게 청문회 열리면 ‘반격’의 기회 될 수 있다. 시청률도 엄청 높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당의 버티기가 계속되면서 조 후보자의 '장기'를 살리지 못하자 민주당은 속이 타들어 가는 모습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청문회”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문회를 보이콧하면 실체적 진실을 알릴 기회는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본인에게 덧씌워진 의혹과 가짜뉴스 등을 소명할 기회조차도 허공에 이렇게 날려버리게 된다"면서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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