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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침묵의 카르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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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최민우 기자 중앙일보 정치부장
최민우 정치부 차장

최민우 정치부 차장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 첫 낙마자는 2017년 6월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였다. ‘허위 혼인 신고’가 결정타였지만, 당시 청와대로선 민주당의 반발이 후보 사퇴를 서두르게 하였다는 후문이다. 이종걸 의원은 “공직을 맡기엔 곤란하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고, 특히 여성 의원들의 분개가 강하게 청와대에 전달됐다. 그해 7월 임종석 비서실장의 ‘대리사과’와 조대엽 자진 사퇴 카드 역시 야권을 달래기 위한 민주당의 아이디어였다.

강 대 강 대치 국면에서 집권 여당은 야당과 싸우기만 하는 게 아니다. 때론 최고 권부 청와대를 자극한다. 그래야 거수기 오명에서 벗어나면서 권력의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현재 ‘조국 사태’를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가급적 거리를 두려 하고, 그 흔한 ‘뒷담화’도 들리지 않는다. 외려 “가족 신상털기와 가짜뉴스” “검찰 개혁 힘을 빼려는 것” 등 엄호성 발언만 넘쳐난다. 기껏 교육위 소속 초선 박용진 의원의 “조 후보자가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면 최악의 상황으로 갈 것 같다”는 우려가 전부다. “조국은 현 정부 아이콘 아닌가” “조국이 우리 대신 악역을 맡지 않았나” 등은 어쩌면 민주당의 허울 좋은 핑계일지 모른다. 근본적으론 조국을 싸고도는 “문 대통령의 역린을 절대 건드려선 안 된다”는 본능적 감각이 작용했을 듯싶다. 게다가 총선은 8개월도 남지 않았다.

영국의 정치학자 스티븐 룩스는 『3차원적 권력론』에서 권력의 1차원적 속성이 행위를 하게끔 하는 것이라면, 2차원은 “저항하면 불리하다”는 의식을 심는 것이고, 3차원은 “아예 저항할 생각도 하지 않는” 세뇌 단계라고 했다. 행여 민주당은 무기력한 ‘침묵의 카르텔’에 빠진 걸까. 권력의 질주보다 주변의 묵인이 사태를 악화시킬지 모른다.

최민우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