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조국의 펀드 투자가 시장경제 기여”라는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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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불법 재산증식, 위장전입 논란에 고교생이던 딸이 의학논문에 제 1저자로 등재됐다는 충격적 의혹까지 더해졌다. 그런데도 송곳 검증으로 실체적 진실을 가려야 할 원내 제1당 민주당은 조 후보자 엄호에만 급급하고 있다. 참 안쓰럽고 실망감도 금할 수 없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어제 “한국당은 추측을 소설로 만들고 후보자 가족 신상털기에 열 올리고 있다”며 “가짜뉴스, 공안몰이, 가족 신상털기, 정쟁 청문회 불가” 입장을 밝혔다. 야당의 의혹 제기를 가짜뉴스로만 몰아붙이며 방패를 자처했다.

의원들의 엄호 발언이 이어졌다. 우상호 의원은 방송에 출연, 조 후보자 동생의 ‘위장 이혼’ 의혹에 대해 “이혼 후에도 가족 관계를 해체하지 않고 지켜온 것이 미담”이라며 “원수처럼 살지 않았다고 해서 위장이혼이라고 하는 건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우리 형도 이혼했는데 딸이 있어서 정기적으로 만난다”며 “이번이 조국 청문회냐, 조국 동생 청문회냐”고 주장했다. 또 “조 후보자의 사모펀드 투자가 블라인드 펀드라면 권장할 사안이다. 예금 넣어서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 가는 것보다 펀드에 넣어서 돈을 돌리는게 시장경제에 훨씬 기여하는 것”(김종민 의원), “후보자 가족 신상이 다 털리는데 13~14세기 유럽에서 횡행한 마녀사냥을 하는 것이냐”(표창원 의원)는 말도 이어졌다. 모두 각료 후보와 가족의 의혹에 대한 실체를 밝혀야 하는 본질과는 동떨어진 발언 뿐이다. 박근혜 정부시절, 우병우 민정수석 아들의 운전병 보직특혜 논란이 일자 야당의원이던 이들은 “박종철 열사 때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변명이래 가장 희한한 변명이다. 의경 지원자들은 밤새 코너링 연습할 것”(우상호 의원), “코너링이 좋다느니 탁월한 운전 실력이니 하는 말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표창원 의원)고 정부를 질타했다. 추상같이 매섭던 이들이 조 후보자에 대해선 지극히 양순하고 너그럽다.

민주당의 이런 내로남불 자세는 조 후보자가 낙마하면 정권에 큰 타격을 입게될 것이란 위기감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정파의 이익만 고려한 것일뿐,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국회의 책무는 망각한 무책임한 행동이다. 국정 운영의 주축인 집권당으로서의 어른스러운 모습과도 거리가 멀다. 국정의 핵심 포스트인 법무장관 후보자 검증을 이런 정치공학적 유불리로만 따질 일이 아니다. 조 후보자와 함께 공당인 민주당 역시 국민여론의 시험대에 올랐음을 직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