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한국 빠지라” 북한에 "불만 있으면 대화로 제기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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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ㆍ미 모두 북ㆍ미 간의 실무협상 조기 개최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말의 판문점 (북ㆍ미 정상) 회동 이후 3차 북ㆍ미 정상회담을 위한 북ㆍ미 간의 실무협상이 모색되고 있다. 아마도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사진 공동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사진 공동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한ㆍ일 관계와 관련해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그러면서도 남북 관계 복원과 북ㆍ미 협상의 필요성을 빠뜨리지 않았다. 올해 들어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7차례 발사하고, 한국 정부를 연일 맹비난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북, 비핵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북한 연일 비난해도 대북 정책 일관된 추진 메시지

문 대통령은 “국민들께서도 대화의 마지막 고비를 넘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며 “이 고비를 넘어서면 한반도 비핵화가 성큼 다가올 것이며 남북 관계도 큰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고비’라는 단어를 총 세 차례 반복해 사용했다. 정부는 지난해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한ㆍ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ㆍ미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6월부터 외무성을 내세워 “북ㆍ미 협상에서 한국을 빠지라”며 비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불만스러운 점이 있다더라도 대화의 판을 깨거나 장벽을 쳐 대화를 어렵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만이 있다면 대화의 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할 일”이라고 말했다. “평화의 봄에 뿌린 씨앗이 번영의 나무로 자랄 수 있도록 대화와 협력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힌 건 잇따른 군사적 긴장 조치를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대북 메시지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공동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공동기자단]

문 대통령은 동시에 평화 경제와 통일이라는 장기 목표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을 한 달여 앞둔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 관계 발전이 비핵화의 동력”이라는 메시지를 냈다. 당시 평화와 경제공동체도 강조했다. 이번에도 집권 초기에 제시했던 남북한 경제 협력을 골자로 하는 한반도 신경제구상과 “대화” “미래”를 빠뜨리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임기 내에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확고히 하겠다고 다짐한다”며 “그 토대 위에서 평화경제를 시작하고 통일을 향해 가겠다”고 밝혔다. 또 “북한을 일방적으로 돕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서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면서 남북 상호 간 이익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며 함께 잘 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화 경제'는 북한 퍼주기가 아니라 한반도의 경제 부흥을 위한 돌파구임을 알리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늦어도 2045년 광복 100주년까지는 평화와 통일로 하나 된 나라, 원 코리아(ONE KOREA)로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기반을 단단히 다지겠다”는 약속도 했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현재 한ㆍ일 갈등이 가장 큰 현안인 데다,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북ㆍ미 실무협상이 유동적인 상황에서 남북 관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큰 틀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설계하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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