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턴 “트럼프 한·미훈련 비하…우방을 돈벌이 취급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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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수전 손턴. [중앙포토]

수전 손턴. [중앙포토]

수전 손턴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이 “미국 행정부가 국제기구와 동맹국에 대한 존중 없이 아시아에서 미국 리더십의 근간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턴 전 대행은 11일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우리의 우방을 수월한 돈벌이의 대상이나 제로섬 거래 대상으로 취급해선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서 한·미 외교 담당 #“동맹 무시하며 방위비 대라 요구 #아시아서 미국 리더십 근간 훼손”

손턴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한·중·일 외교를 책임지는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지냈다. 그는 한·미 연합훈련을 “터무니없고 값비싼 훈련”이라고 비하하고 방위비 증액 압박만 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작심 비판했다.

미·중 패권 경쟁 국면에서 미 행정부가 한국에 방위비 대폭 증액을 압박하고 있는데.
“나는 미국 정부가 국제기구와 국제법, 동맹국과의 민주주의 가치의 힘을 존중하지 않고 아시아에서 미국 리더십의 근간을 경솔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게 우려스럽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을 비하하고, 무시하면서 동맹을 향해 비용을 대라고 요구한다. 외교정책에서 거래적 접근은 장기적으로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 미국의 가장 큰 장점은 우방국 및 파트너들과의 네트워크이며, 우리가 그들과 이익을 공유할 것이라고 이들이 믿고 따르는 데 있다. 수월한 돈벌이나 제로섬 거래의 대상으로 취급하면서 그런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다.”
일본과의 무역갈등으로 한국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국은 언제나 강국들로 가득한 이웃 틈바구니에서 잘 헤쳐나갔다. 아시아의 경제통합, 시장과 관계의 다변화, 유연하고 탄력적인 대응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한·미 동맹과 우정이 때로는 적응이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지속하고 서로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국가들은 적응·변화에 무능할 때도, 분열할 때도, 선동적인 지도자들과 손을 잡을 때도 있다. 대범하고 현명하며 책임감 있는 리더십이 격동의 시대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하다.”
한·일 지도자들이 현재 갈등 해결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들이 오늘에 한 행동과 하지 않은 행동이 두 나라와 세계의 미래 세대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최우선 순위로 고려하길 바란다. 국제사회는 두 사람에게 현명한 정치력(statesmanship)을 기대하고 있다. 실망하지 않도록 해 주길 바란다.”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로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으려면 수십 년 걸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관세를 포함한 무역 벌칙들이 중국의 성장을 지체하는 효과만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건 지나치게 단순한 분석이다. 지구가 하나로 연결된 오늘의 세계에선 19세기 보호무역주의 전술이 다양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설명할 수 없는 부정적 효과도 많다. 우리는 미국 경제가 이런 조치들로부터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도 지정하지 않았나.
“환율조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항상 생각해 오던 것이었다. 그의 사고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잘못’ 지정하도록 하는 상황(1달러=7위안 선을 돌파하는 ‘포치’)을 만들어냈다.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은 미국 제도와 법률의 신뢰성에 또 한 번 타격을 입히게 했다.”
중국과 무역에 의존하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 충격이 크다.
“나는 무역갈등과 더불어 중국과 미국 경제가 점점 디커플링(비동조화)하고 있는 것이 세계는 물론 아시아의 성장을 더디게 할까 봐 걱정된다. 사실 아시아 경제는 이미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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