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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하면 3代가 가난” 이 말 사라지게 한다

중앙일보

입력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지난 3월 2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열린 '꽃을 기다립니다' 행사에서 독립유공자 1만5179명의 이름이 새겨진 조형물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지난 3월 2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열린 '꽃을 기다립니다' 행사에서 독립유공자 1만5179명의 이름이 새겨진 조형물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 3·1 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으로 참여했고, 신간회 창립 간사와 물산장려회 고문을 지낸 오화영(1880~1960) 선생의 외손녀 현종명(84·여)씨는 그동안 공공근로로 생계를 이어왔다. 현씨는 “새우젓 장사를 하면서 아버지 옥바라지를 했던 어머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시 ‘독립유공자 후손 예우’ 방안 #“후손 74%가 월 소득 200만원 미만” #생활 지원하고 자긍심 고취 위한 조치 # #저소득 유가족에게 월 20만원 지원 #서울 소재 4~5대손 대학생엔 장학금 #임대주택 우선 공급, 주차장 할인도

#2. 중국에 살다가 2011년 한국 땅을 밟은 양옥모(78·여)씨는 지하방에 살고 있다. 정부로부터 정착금 4500만원을 받은 게 전부다. 양씨의 아버지 양승만(1909~90) 선생은 한국독립군과 임시정부 등에서 활동한 독립유공자다.

앞으로 현씨와 양씨 같은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서울시의 지원이 대폭 강화된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代)가 망한다’는 자조 섞인 표현이 있을 만큼 애국지사 후손들이 홀대 받는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뜻에서다.

서울시는 제74주년 광복절 사흘을 앞둔 12일 ‘독립유공자 후손 예우 및 지원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생활지원수당과 공공주택을 늘려 경제적 안정을 지원하고, 독립유공자 후손으로서 자긍심을 높이는 예우를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730여 억원을 투입한다.

서울시는 내년 1월부터 매달 20만원씩 ‘독립유공 생활지원 수당’을 지급한다. 서울에 사는 저소득 독립유공자와 유가족(자녀‧손자녀) 3300여 가구가 대상이다. 보훈명예수당(생존 애국지사에게 월 20만원 지급)에 이어 저소득 후손에 대한 수당을 새로 만든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애국지사·참전유공자·민주화유공자 등에게 지급하는 보훈수당은 보훈명예·참전명예(월 10만원)·보훈예우(월 10만원)·생활보조(월 20만원) 수당을 더해 5개로 늘어난다.

독립유공자 후손을 위한 공공임대주택도 공급을 늘린다. 내년 입주 예정인 고덕강일·위례 지구 임대주택 3705가구 중 178가구를 추가 공급한다. 기존 특별 공급분 366가구에 물량을 추가한 것이다.

한강공원 매점, 지하철 승강장 매점 사업자 선정 때 독립유공자 후손 등을 수의계약 우선 대상자로 선정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4월 여의도 한강공원 매점 2곳을 독립유공자 후손과 수의계약했다”며 “향후 계약이 만료되는 임대점포 중 일부에 대해 독립유공자 후손과 추가로 수의계약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독립유공자 후손으로서 명예와 자긍심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대학생 장학금, 3·1절 및 광복절 위문금 등을 신설, 확대했다. 서울에 살면서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독립유공자 4~5대손 대학생에 대해 연간 300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한다.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서는 후손 범위를 3대로 한정하지만, 서울시는 수혜 대상을 4~5대 후손으로 늘렸다. 매년 50명의 독립유공자 후손·일반인 등을 선발해 항일 독립 유적지를 탐방하는 ‘해외 독립운동 뿌리 찾기’ 사업도 시작한다. 2024년까지 효창공원 안에 독립운동가 1만5454명에 대한 ‘기억공간’을 만든다.

독립유공자의 소득 및 재산 규모. [그래픽 서울시]

독립유공자의 소득 및 재산 규모. [그래픽 서울시]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 사는 독립유공자 후손은 3대손까지 1만7000여 명이다. 하지만 74.2%가 월 소득 200만원 미만, 70.3%는 자산 2억원 미만이라는 통계가 있을 만큼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일생을 바친 독립운동가의 숭고한 희생으로 잃어버린 국권을 되찾아 오늘의 위대한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며 “서울시는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하신 독립유공자와 후손을 예우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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