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회장 "美와 싸워 이기려면 '인천상륙작전' 기억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런정페이 화웨이 CEO. [AP=연합뉴스]

런정페이 화웨이 CEO. [AP=연합뉴스]

중국 통신장비 제조사 화웨이(華爲)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 최고경영자(CEO)가 "지금은 미국과 싸워 이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인 그는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화웨이의 전략을 '한국전쟁', '군사작전' 등에 비유하며 "승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1일 경제 매체 신랑재경에 따르면 런 CEO는 최근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화웨이가 힘든 '장정'을 마주할 수 있다"며 "살아남는 것이 바로 승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전쟁의 판도를 바꿨던 '인천상륙작전'도 언급했다. "지난해 화웨이 단말 사업부문이 성장할 때 위청둥 단말부문 CEO에게 '인천상륙작전을 경계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었다"며 미국의 일격으로 갑자기 후퇴할 처치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는 뜻을 내비쳤다.

실제 화웨이는 지난 5월 미국 정부의 제재로 자사 스마트폰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쓸 수 없게 될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화웨이는 독자 OS를 개발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고, 지난 9일 연례 개발자 대회에서 독자 OS인 '훙멍(鴻蒙)'을 선보인데 이어 훙명 OS를 탑재한 스마트TV 아너(Honor)도 첫 작품으로 공개했다. 미국의 반격을 미리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런CEO는 2차 대전 당시 총탄을 맞고 구멍 뚫린 채 비행하는 IL-2전투기 사진을 첨부하며 화웨이의 현재 상황을 전투기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중점 타격 대상이었던 통신장비부문은 4300발의 총탄을 맞았지만 엔진과 연료탱크가 무사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위주로한 소비자부문은 불행히도 연료탱크가 손상됐다"며 "스마트폰 OS의 관건인 생태계 구축은 2~3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화웨이는 전투기에 뚫린 구멍을 모두 잘 수리하고 미국의 공격을 이겨낼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런 CEO는 미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3~5년 안에 우수한 인력을 뽑아 정병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돈을 조금 벌기 위해 했지만, 지금은 미국과 싸워 이기려 한다. 천하의 인재를 받아들여 함께 전투를 벌여야 한다"며 지난 4월 스카우트 한 직원들을 소개했다.

그는 "올해 4월 러시아에 가서 세계 컴퓨터 대회에서 우승한 대학생을 연봉 1500만 루블(약 2억8000만원)에 영입하고 2등과 3등도 스카우트했다"며 "이런 미꾸라지로 19만명의 안정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차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5G 기술과 인공지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화웨이는 5G 기술에서 앞서가고 있다. 그는 "5G가 지나치게 중시되고 있다. 하지만 5G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5G를 떠받치는 건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이야말로 큰 사업"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런 CEO는 한국전쟁 때인 1952년 10월에서 11월 철원오성산 일대에서 벌어진 국군과 중국군의 고지전인 '저격능선전투'(중국명 상감령)를 언급했다. 중국은 당시 전투에서 한국 전쟁 최대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하고 있다. 런 CEO는 "화웨이의 통신장비 부문이 '상감령'에 올라 세계를 호령하게 하려 했었다"라며 "화웨이가 확고부동한 방향과 유연한 전략전술로 "필승"의 구호를 외쳐야 한다. 승리는 우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n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