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실리콘웨이퍼·이미지센서 등 ‘4대 소재’ 추가 규제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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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결국 2일 각의에서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대상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했다. 업계에서는 일본이 1100여개 모든 품목에 대한 수출 제한을 하기보다는, 우선 특정 분야의 수출을 자의적으로 막거나 절차를 강화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장 실리콘 웨이퍼ㆍ이미지 센서ㆍ메탈마스크ㆍ분리막 등 4개 소재 부품이 추가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리콘 웨이퍼는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핵심 부품으로 완제품으로 수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의 신에츠와 섬코가 절반이 넘는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어,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따라 수출이 제한될 경우 국내 업체들의 반도체 생산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포토]

실리콘 웨이퍼는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핵심 부품으로 완제품으로 수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의 신에츠와 섬코가 절반이 넘는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어,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따라 수출이 제한될 경우 국내 업체들의 반도체 생산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포토]

이들 4대 부품은 각각 반도체ㆍ스마트폰 내장 카메라ㆍ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ㆍ이차전지 배터리의 핵심소재다. 특히 일본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은 데다 국내 기업이 크게 의존하고 있어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더라도 정상적인 경우 개별허가를 내주어야 하지만, 이들 물량에 대해 수출 허가를 지연시키거나 일부를 내주지 않을 경우 차질이 예상된다.

한국화학연구원(화학연)의 ‘소재부품분야 취약성 극복방안’에 따르면 이들 소재의 상당수 혹은 전량은 일본에서 수입된다. 반도체의 기초재료인 실리콘 웨이퍼는 일본 기업이 세계 시장의 53%를 점유하고 있다. 신에츠 화학공업 주식회사와 섬코가 각각 27%와 26%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수입 의존 상위 10개 품목. 반도체 관련 품목이 가장 비중이 크다. [연합뉴스]

일본 수입 의존 상위 10개 품목. 반도체 관련 품목이 가장 비중이 크다. [연합뉴스]

실리콘 웨이퍼의 국내 주요 수입업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2016년 한 해에만 웨이퍼 구입에 4877억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반도체 소재 구매액(3조 8099억원)의 13%에 해당하는 액수다.

김용석 화학연 고기능고분자연구센터장은 “세계 점유율 13%인 독일 실트로닉스와 국내기업인 SK실트론의 생산량을 증가시켜도 수급에 악영향이 가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반도체 집적회로(IC) 생산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ㆍ노트북PC 등의 카메라에 주로 사용되는 이미지센서 역시 소니가 51%의 시장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17.8%)ㆍSK하이닉스(2.7%)와 격차가 크다.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스마트폰 생산에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 패널을 제조에 쓰이는 핵심 부품인 섀도 마스크(FMMㆍFine Metal Mask)는 100%를 일본의 DNP에서 수입하고 있다. 특히 섀도 마스크의 경우 주기적인 교체가 필요한 품목이어서 OLED 패널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이차전지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분리막 역시 여파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아사히카세이(17%), 도레이(15%), 스미토모(6%), 우베(6%), W-SCOPE(6%) 등 일본기업이 전체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기업인 SK이노베이션의 점유율은 약 9%에 불과하다.

김 센터장은 “이들 4개 품목의 경우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ㆍLG디스플레이ㆍ삼성디스플레이가 주요 수입업체”라며 “반도체 수급 불안정으로 가격 상승 등 피해를 입을 미국 기업과 공동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에 90% 이상 수입을 의존하고 있는 품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일본에 90% 이상 수입을 의존하고 있는 품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 외에도 일본 수입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만 48개에 이른다. 방직용 섬유(99.6%), 화학 또는 연관 공업 생산품(98.4%), 차량·항공기·선박 등 수송기기 관련품(97.7%) 등으로, 이들의 총 수입액은 27억8000만 달러(3조 3054억원)에 달한다. 특히 이 품목에는 한국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력하는 전기차 등이 포함돼 일본의 다음 타깃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전기차 배터리 등을 생산하는 LG화학·SK이노베이션·삼성SDI 등 업체도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응한 대비책을 고민 중이다.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이 확대될 경우를 가정해 시나리오 플래닝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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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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