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새터민 교회 지인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으로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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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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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 혐의를 받는 한 남성이 사건 발생 3시간여 만에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 남성은 북한에서 온 새터민이었다.

지난 29일 오전 6시 36분쯤 인천의 한 오피스텔 복도에서 3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남성의 목에는 흉기에 찔린 것으로 추정되는 상처가 있었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A씨(22)를 용의자로 특정한 뒤 추적에 나섰다. 영상에는 A씨가 도망가는 모습과 손에 든 흉기를 음식물쓰레기 수거함에 버리는 모습이 나왔다.

A씨는 3시간여 뒤인 오전 9시15분쯤 경기도 고양시 한 아파트 17층 창문 난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A씨는 이 아파트 다른 층에 살고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와 경찰이 말렸지만 신고 8분 정도 만에 A씨는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그가 방에 남긴 유서에는 “엄마에게 미안하다. 감사하고 사랑한다. 같이 못 살게 돼 미안하다” 등의 내용이 있었다. 유서 속 엄마는 교회 선교회에서 맺어준 보호자로 A씨는 2015년 남한에 와 뚜렷한 직업 없이 엄마와 가까운 곳에 혼자 살았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에 살인 사건과 관련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 “범행 확인되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숨진 30대 남성과 A씨는 2~3개월 전 교회에서 만났으며 피해자가 A씨를 전도해 정착할 수 있게 도움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 발생일 새벽에 해당 오피스텔 근처에서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 두 사람은 사건 발생 전 다툰 것으로 확인됐지만 왜 다퉜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당초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해 유족과 휴대전화 통화 내역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피해자와 용의자가 모두 숨진 만큼 구체적 살해 동기를 조사하지 않고 A씨가 버린 흉기와 시신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범행 사실이 확인되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계획이다.

최은경·심석용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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