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간 80분으로 줄이자'…유벤투스 협박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 때 벤치에 앉아있는 유벤투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운데)와 선수들. [뉴시스]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 때 벤치에 앉아있는 유벤투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운데)와 선수들. [뉴시스]

이탈리아 유벤투스가 팀 K리그와의 친선 경기 때 "경기 시간을 90분에서 80분으로 줄이자"는 등 일방적으로 경기 규칙 변경을 강요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호날두 '노쇼' 파문에 '갑질' 논란까지 더해지는 모양새다.

29일 스포츠조선에 따르면 지난 26일 팀K리그와의 친선경기 시작 직전 유벤투스 측 관계자는 프로축구연맹과 주최사 '더 페스타' 측에 "전후반 각 40분씩 뛰고, 10분 하프타임을 갖자"고 요구했다.

일반적으로 친선경기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축구 규칙서 규정에 따라 '전후반 각 45분씩, 하프타임 15분'으로 진행된다. 이날 유벤투스는 사전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경기 시간 단축을 요청한 것이다. 유벤투스는 킥오프 시간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위약금을 내고 경기를 취소할 수 있다'고 협박하는 등 사실상 '갑질'을 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한편 경기 당일 오후 2시에 입국한 유벤투스는 경기 전 예정됐던 팬 사인회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입국 지연'을 이유로 경기 전 휴식을 강조했지만, 정작 친선 경기에는 1시간이나 지각했다. 매체는 다음날 새벽 2시 출국일정을 잡아놓은 유벤투스가 1시간 가량 지연된 경기가 길어질 것을 우려해 경기 시간을 단축하자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다행히 이날 경기는 예정대로 전후반 각 45분씩 90분간 이뤄졌다. 하프타임도 15분을 채웠다. 하지만 호날두가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주최 측에 따르면 유벤투스와의 계약서에는 호날두가 45분 이상 출전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경기가 시작되자 호날두는 90분 내내 벤치만 지켰다.

유벤투스는 한국 체류 12시간 동안 국내 축구 팬들의 화만 돋워놓은 채 예정대로 27일 새벽 2시 출국해 이탈리아로 돌아갔다.

논란은 유벤투스가 떠난 뒤에도 계속됐다. 호날두가 귀국 후 SNS에 올린 영상이 문제가 됐다. 호날두는 러닝머신을 뛰는 영상을 올리며 "집에 오니 좋다"고 했다. 이는 근육 상태가 좋지 않아 호날두가 결장했다는 마우리치오 사리 유벤투스 감독의 해명과 어긋나는 태도로 국내 축구 팬들은 '호날두가 한국을 기만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친선경기 주최 측은 27일 호날두의 결장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하며 유벤투스를 상대로 항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유벤투스 측은 아직 공식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결국 검사 출신 변호사인 오석현 변호사는 29일 유벤투스와 호날두, 주최사 더 페스타를 사기죄로 고소했고, 국내 축구 팬들도  집단소송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