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 싸게 준다는데 싫다는 도매상…그 뒤엔 ‘테라 대박’

중앙일보

입력 2019.07.3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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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8일 서울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의 한 가게. ‘카스’와 ‘테라’ 광고판을 함께 걸었다. 김영주 기자

28일 서울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의 한 가게. ‘카스’와 ‘테라’ 광고판을 함께 걸었다. 김영주 기자

“카스, 싸게 주겠다” vs “기존 가격에 공급해달라”

하이트 새 맥주 테라 인기 치솟자
오비, 값올려 사재기 유발해 견제

6·7월엔 출고가 내리겠다 해 갈등
도매상 “덜 팔린 카스 재고 떠넘겨”
오비 “마진 더 붙이려 반대하는 것”

테라. [연합뉴스]

테라. [연합뉴스]

오비맥주와 주류도매상 간에 묘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오비맥주는 다음 달부터 출고가를 내리겠다는데, 정작 주류도매상은 손사래를 쳤다. 출고가 인하를 놓고 내세우는 명분과 해석도 다르다. 오비맥주는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조치”라고 한다. 도매상은 “재고 처리를 위한 오비맥주의 물량 떠넘기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 충돌 이면엔 “테라(사진)의 약진, 카스의 부진”이 있다.

오비맥주는 “카스·필굿 등의 출고가를 24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한시 인하한다”고 지난 23일 발표했다. 카스 병맥주(500ml)는 1203원에서 1147원으로 내린다. 그러나 이 가격은 아직 적용되지 않고 있다. 도매상이 ‘오비 보이콧’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는 긴급 이사회까지 열었다. 유승재 주류도매업중앙회 국장은 “4월 출고가 인상, 7월 국세청 고시 시행을 앞두고 ‘밀어내기’를 한 것에 대해서도 항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항의 표시로 빈 병 반납 거부 등을 결의했다.

카스 가격 등락은 수차례 반복됐다. 앞서 지난 4월 가격 인상과 이달 인하 외에 지난 6월 말 국세청이 예고한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을 앞두고도 할인가를 적용했다. 넉 달 동안 인상→한시 인하→원상복구→한시 인하를 반복한 셈이다.

지난 4월 가격 인상을 놓고 업계엔 뒷말이 무성했다. 정부의 맥주 종량세(양·도수에 따른 세금 부과) 시행 발표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번에 올리고 (종량세 시행 후 가격 인하 요인이 생기면) 나중에 생색을 내는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또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테라 견제용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실제 이때 카스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 테라의 진입에 영향을 미쳤다.

두 번째인 지난 6월 말에도 사재기가 일었다. 당시 오비맥주·하이트진로 등 제조사는 주류도매상을 통해 “마지막 리베이트”라며 사실상 할인가를 적용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세종마을문화음식거리(서촌)의 한 음식점 주인은 “오비맥주가 최근 수년 동안 안 하던 가격할인(리베이트 적용)을 지난달에 했다. 짝(한 박스)당 5000원을 할인해줘 100짝을 들여놓았다. 테라도 짝당 5000원 할인해 50짝을 들여놓았다”며 “하루 네짝씩 파는데, 지금도 창고에 맥주가 쌓여 있다”고 말했다.

주류도매상이 오비맥주에 “기존 가격대로 공급해달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소매점뿐만 아니라 주류도매상 창고에도 카스 재고가 넘쳐난다. 유 국장은 “대다수 도매상이 1203원에 받은 카스 재고분을 떠안고 있다”며 “오비맥주가 이보다 떨어진 1147원에 공급한다고 하면 업소에선 할인된 가격 적용을 원할 것이다. 그러면 1203원에 받아 온 재고 처리가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또 “결국 업소에서 카스가 예전보다 덜 팔리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반면 테라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주류 도매사 입장에선 출고가가 높아야 그에 따른 마진을 더 붙일 수 있기 때문에 (출고가 인하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가격 변동에 따른) 사재기는 도매사의 선택이지 오비맥주가 강요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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