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미국에 대한 경고라고 안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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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군은 지난 27일 밤 동해 북방한계선을 넘어온 북한 목선을 예인했다. 북한 목선 마스트에 하얀 수건(원 안)이 걸려 있어 군이 귀순 의사를 물었으나 북한 선원은 ’아니요. 일 없습니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군은 지난 27일 밤 동해 북방한계선을 넘어온 북한 목선을 예인했다. 북한 목선 마스트에 하얀 수건(원 안)이 걸려 있어 군이 귀순 의사를 물었으나 북한 선원은 ’아니요. 일 없습니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미국을 향한 경고라고 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북한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놓고 한 말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5일 “김정은 동지께서 군사연습을 강행하려 열을 올리는 남조선 군부 호전세력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 직접 (탄도미사일 발사를)지도했다”고 한 데 맞춰, 미국에 대한 경고가 아니니 괜찮다고 한 셈이다. 지난 5월에 이어 이번에도 “누구나 하는 작은 것들(smaller ones)을 시험했다”(25일), “전혀 개의치 않는다”(26일)고 반응했다. “재선에 목을 매느라 동맹의 억지력을 훼손한다”는 비판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에서 미국에 직접 위협이 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막는 선에서 타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다시 나오고 있다.

“smaller ones” 미사일 의미 축소 #미 본토 위협 아니면 괜찮다는 셈 #미 정가선 “동맹 결속·억지력 훼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괜찮냐’고 묻자 “나와 김 위원장의 관계는 아주 좋다. 두고 봐야겠지만 그것들은 단거리 미사일이고, 많은 사람이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입장에선 단거리지만 동맹 한국과 일본에는 (단순한) 단거리가 아니지 않으냐’는 추가 질문엔 “분명히 말하지만, 그는 (미사일 발사가) 미국에 대한 경고라고 하지 않았다(He didn‘t say a warning to the United States.)”는 말을 두 차례 거듭하며 “그것들은 아주 기본 미사일(standard missiles)”이라고 했다.

북한이 관영 매체를 통해 “최고 영도자(김정은) 동지께서 남조선 당국자의 최신 무기 반입이나 군사연습 같은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라는 위력시위(를 한 것)”라며 미국으로부터 F-35 스텔스 전투기 도입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위협한 데 대해 미국(본토)에 대한 경고가 아니어서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28일 강원도 양양으로 예인된 북한 목선 모습. [뉴스1]

28일 강원도 양양으로 예인된 북한 목선 모습. [뉴스1]

트럼프 대통령의 “스몰 원” 발언은 김 위원장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모라토리엄)에 대한 자신과의 약속은 어기지 않았다고 강조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담의 성과가 퇴색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말을 맞춘 듯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위협을 축소했다는 비판도 있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로이터통신에 “트럼프는 동맹국들을 겨냥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통행증(Pass)을 교부함으로써 동맹과의 결속은 물론 억지력을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내 재선 도전을 위해선 나의 대북 정책은 통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어야 하고, 내가 부탁한 핵실험, ICBM 시험만 하지 않는다면, 유엔 결의안을 위반해 협상 지렛대를 가져도 좋고, 핵무기를 계속 제조할 수 있는 자유 권한을 가져도 좋다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연구소 비확산센터 소장은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이번 미사일은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무력화할 목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신형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개발한 것도 유럽에 배치한 미국 미사일방어망을 무력화할 목적이라고 하면서다. 루이스 박사는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의 중요성은 한국과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을 향해 핵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안 된다는 발언은 지역에 대규모 미군과 가족들이 있다는 점에서 터무니없다”라고도 지적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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