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볼턴 말 꺼내기도 전에 “美 호르무즈 리더십 완전 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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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스1]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스1]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4일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한 미국의 입장을 “완전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호르무즈 해협에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데, 여기서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미국의 리더십에 사의를 표한다”며 “우리는 이를 완전히 지지한다(fully supportive)”고 말했다.
강 장관의 발언은 언론에 공개된 면담 모두에 나왔다. 볼턴 보좌관이 먼저 호르무즈 해협 이야기를 꺼낸 것도 아니었다.
이는 물론 ‘미국의 외교적 노력을 지지한다’는 다소 원론적인 차원의 언급일 수도 있다. 한국 역시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는 선박의 안전이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미국의 호르무즈 구상에 지지를 표명한 것은 처음이라 눈길을 끌었다.
미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민간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호위 연합체 등을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9일(현지시간)에는 국무부가 한국 등 자국 주재 60여 개국 외교단을 모아 호르무즈 해협 안보 관련 브리핑을 여는 등 각국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그간 정부는 “가능한 방법이 있는지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밝혀왔다.
강 장관은 또 “오늘 우리와 논의하길 원하는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기꺼이 의견을 주고받을 것이며, 논의를 시작하면서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것은 우리는 미국을 완전히 지지한다는 것(the fullest support)”이라고도 말했다. 이어 “물론 우리도 동맹에 대한 다른 위협과 북핵 문제에 대한 우리의 관여(engagement)를 미국이 완전히 지지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일본의 경제보복을 특정하진 않았다. 다만 '동맹에 대한 다른 위협'을 언급한 것은 한ㆍ일 간 갈등이 한ㆍ미 동맹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를 풀기 위한 한국의 대일 대응에 힘을 실어달라는 취지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볼턴 보좌관은 이에 대해 “우리의 주된 목표는 오랫동안 역내 평화를 지켜온 한미동맹을 더 강화하는 것”이라며 “세계 곳곳에 위협은 존재하지만 나는 한국과 미국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광범위한 주제를 놓고 매우 생산적인 논의를 했고, 계속 협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면담 뒤 보도자료를 내고 "양측은 한·일 간 추가 상황 악화를 방지하고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다는 기본 인식 하에 미 측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포함, 향후 더욱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볼턴 보좌관은 카운터파트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현안을 논의하고 업무 오찬을 했다. 국방부를 찾아 정경두 장관도 면담했다. 정 장관과 면담 시 볼턴 보좌관은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군을 파병해달라는 요청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국방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유조선 보호를 위해 청해부대의 작전구역을 해당 지역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지혜ㆍ이유정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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