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리 국민 2명 탄 러시아 어선 억류…귀환 요청에 무응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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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억류한 러시아 어선. [MARITIME BULLETIN 캡처]

북한이 억류한 러시아 어선. [MARITIME BULLETIN 캡처]

 우리 국민 2명이 승선한 러시아 어선이 북한에 억류됐다고 정부가 24일 밝혔다.

"17일 고장으로 표류 중 북한 억류"

통일부에 따르면 300t급 러시아 어선 ‘샹 하이 린’(XIANG HAI LIN)호는 지난 16일 오후 속초항을 출발해 러시아 연해주 자루비노 항으로 향하던 중 17일 기관 고장을 일으켜 표류하다 북측에 예인됐다. 당시 러시아 승조원 15명과 우리 국민 2명이 어선에 타고 있었다. 해당 어선은 홍게잡이 배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 국민은 50·60대 남성 2명으로, 어업 기술을 지도해주는 감독관 자격으로 승선했다”며 “현재 신변 안전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통일부와 러시아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17일 해당 어선을 원산으로 이동시켰으며, 승조원들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해당 어선을 원산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 MARITIME BULLETIN 캡처]

북한은 해당 어선을 원산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 MARITIME BULLETIN 캡처]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 국민을 포함해 승조원들이 안전한 장소에서 조사를 받고, 북측이 제공한 숙소에서 머무는 것으로 들었다”며 “러시아가 북한 주재 대사관을 통해 승조원 귀환 조치 등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외교부도 이날 “주북 러시아 대사관 당국자가 22일 원산으로 가 어선 선장과 한국인 2명을 포함한 승조원들을 만났다”며 “모두 건강한 모습이었다”고 밝혔다.
북한이 어선 억류와 관련, 러시아 측에 협조적인 것과 달리 우리 정부에는 이날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앞서 18일 해당 어선의 북한 억류 사실을 파악하고 수습에 나섰다. 당일 오후 개성 남북공동 연락 사무소에 어선 억류 사실 확인과 우리 국민의 귀환을 요청하고, 19일에도 대한적십자사(한적)회장 명의로 같은 내용의 대북통지문을 보냈다. 이후로도 연락 사무소에서 오전·오후 연락관 접촉 때마다 우리 국민 귀환 조치를 요청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오후까지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국민 2명이 지난 17일 이후 이날로 8일째 북한에 억류돼 있지만, 북한의 무응답에 정부는 러시아 당국을 통해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을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남북관계를 전면 닫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정부의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쌀 5만t 지원도 한·미 연합훈련 핑계를 대며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러시아 어선이 억류된 만큼 북한이 러시아 측과 협의해 어선과 승조원 귀환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고장 난 어선 수리가 되면 곧바로 출항할 수도 있고, 여의치 않을 경우 승조원들 먼저 귀환 조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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