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자마자 나경원부터 만난 볼턴, 호르무즈 파병 요청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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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회의 참석 전 볼턴 보좌관을 만났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회의 참석 전 볼턴 보좌관을 만났다. [연합뉴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청사에서 정경두 국방부장관과 면담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청사에서 정경두 국방부장관과 면담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비공개 회동을 했다. 볼턴 보좌관은 23~24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전 8시쯤 미국 대사관저에서 볼턴 보좌관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23일) 중국과 러시아가 카디즈(KADIZ·한국방공식별구역)와 영공을 침범하는 엄중한 안보 현실에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 수출 보복은 안보에 있어서 한·미·일 삼각 협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부분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날 비공개 회동은 나 원내대표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나 원내대표는 “볼턴 보좌관의 방한을 앞두고 내가 먼저 e메일을 보내 면담 요청을 했다. e메일은 휴대전화로 직접 보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몇 차례 만난 인연이 있다. 나 원내대표가 지난해 5월 ‘한·미·일 의원회의’ 한국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당시 볼턴 보좌관과 단독 면담을 했다. 정의용 안보실장보다 이틀 빠른 회동이었다는 게 한국당의 설명이다. 지난 2016년 11월에는 ‘국회 동북아평화협력 의원외교단’의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해 당시 미국기업연구소의 선임연구원 신분이었던 볼턴 보좌관을 만났다. 지난 5월에는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설명을 반박하기 위해 나 원내대표가 직접 볼턴 보좌관과 주고받은 e메일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최근 미국 시카고를 방문했을 때도 만나자는 제의가 있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만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미 트럼프 행정부 볼턴 보좌관과 주고 받은 이메일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뉴스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미 트럼프 행정부 볼턴 보좌관과 주고 받은 이메일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뉴스1]

정치권에서는 둘의 이번 만남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볼턴 보좌관이 협상 파트너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 정부 측 인사보다 야당 원내대표를 먼저 만났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외교 전문가는 “과거에도 미 행정부의 고위 인사가 야당 인사를 만난 적은 있었다”면서도 “이번의 경우엔 만난 사실이 곧바로 공개된 데다 그 상대가 강한 성향의 볼턴 보좌관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회동과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주목한다. 볼턴 보좌관이 우리 당국자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해외 파병을 위해선 국회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야당이 협조하거나 적어도 묵인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유사한 사례로 거론되는 게 2003년 4월 이라크 파병 동의안이다. 실제로 당시 노무현 정부가 요청한 파병안은 사실상 제1야당인 한나라당 덕에 통과가 됐다.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본회의 표결에서 찬성(49명)과 반대(43명)가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반대한 의원(68명)의 다수(63.2%)가 여당 소속이었다. 당시 반대표를 찍은 이들 가운데는 이해찬 대표, 설훈 최고위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여권 실세도 다수 포함돼있다. “이라크전쟁 자체에 반대하며 미국이 동맹을 어렵게 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비해 찬성표(179명) 지분은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몫(118명, 65.9%)이 컸다. 한나라당 내 반대 의견은 22명에 그쳤다.

이와 관련 나 원내대표는 “미국이 제1야당인 한국당의 입장에 대해 관심을 표한 것”이라며 “미국 측 입장이나 반응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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