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산 위에 앉아 한·일 호랑이 두 마리 싸우는 걸 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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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이 중국엔 기회가 될 것이란 중국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민간에선 “산 위에 앉아 호랑이 두 마리가 싸우는 걸 본다(坐山觀虎鬪)”는 말도 나온다. 한·일 싸움일 치열해질수록 중국이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17일 서울 시민들이 일본의 수출규제에 항의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17일 서울 시민들이 일본의 수출규제에 항의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18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한국과 일본의 첨예한 대립이 중국의 반도체 기업엔 도약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중 무역마찰의 여파로 기술개발에 열심인 중국 업체엔 큰 자극이 된다는 이야기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이 한국에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 조처를 하면서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입겠지만, 중국 기업으로선 글로벌 시장 점유를 확대하고 핵심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 등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현재 일본 업체를 대체할 곳을 찾고 있는 가운데 나온 중국 산둥(山東)성의 화학업체 빈화(濱化)그룹이 한국의 반도체 기업에 불화수소를 공급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바로 그러한 예가 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저우스젠(周世儉) 중국 칭화대학 국제관계학원 고급연구원은 “일본의 조치는 일반적으로 정치적인 이유에서 취해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이는 반도체의 글로벌 공급망을 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만일 중국이 나서 무너진 공급망을 완전하게 만드는 책임을 진다면 산업 전체가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저우 연구원은 주장했다. 일본의 정치적 조치로 이뤄진 빈자리를 중국이 메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중국 고체조명연맹의 겅보(耿波) 부비서장은 “중국은 이제까지 중저급의 반도체 소재를 공급해 왔는데 지금이야말로 중국의 기업들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고급 소재를 생산하는 일본을 대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5일에도 한·일 갈등이 중국의 첨단 기술산업엔 한 단계 도약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을 편 적이 있다.
신문은 “현재의 한·일 갈등이 역사적 문제에 뿌리를 둔 것으로 단기간에 풀리지 않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면서 “한·일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중국 기업들은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 기회를 잡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hchul@joongang.co.kr

중국, “일본 수출규제 조치는 정치적인 것” #“한·일 오랜 역사 갈등으로 쉽게 풀리지 않아” #“중국은 글로벌 시장 확대와 경쟁력 제고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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