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이젠 정의당 길 가겠다, 우릴 범여권으로 분류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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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신임대표 등 지도부들이 14일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 고(故) 노회찬 전 의원 묘역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상정 정의당 신임대표 등 지도부들이 14일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 고(故) 노회찬 전 의원 묘역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년 만에 다시 당권을 잡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연일 독자 노선을 강조했다. 14일 취임 후 첫 일정으로 경기 마석 모란공원에 있는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묘소에 참배한 심 대표는 “이번 당직 선거를 통해 5만 당원들은 총선 승리와 진보 집권의 길을 열어가자는 힘찬 결의를 모았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당 대표 선거에서 83.58%의 득표율로 당선됐을 때도 심 대표는 “더는 정의당을 ‘범여권’으로 분류하지 말아달라. 정의당은 정의당의 길을 갈 것”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정의당의 이름으로 승리하겠다. 후보 단일화는 우리 당의 원칙이 아니다”라고 했었다.

심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2중대’란 프레임에서 벗어나 진보 정당의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부터 2년 동안 당 대표직을 맡았던 이정미 전 대표 역시 고별 기자회견(11일)에서 “민주당 2중대 프레임을 떨쳐내기 위한 2년이었다. 민주당이 하는 일에 대해 무작정 박수 치고 밀어준 일이 머릿속에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신임 당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기 대표단 선출보고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심상정 정의당 신임 당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기 대표단 선출보고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의당이 민주당과의 차별화 전략으로 내달로 예정된 개각 때 ‘데스노트’를 활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서 정의당은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을 낙마 대상자로 꼽았고 실제 대부분 낙마했다.

정의당이 독자 노선을 강조하고 나설수록 민주당은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그동안 범여권으로 분류된 정의당은 지난 패스트트랙 국면이나 입법 과정, 추경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며 민주당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과 정의당은 일종의 제로섬(한쪽이 득을 보면 반드시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상태) 관계”라며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범진보 개혁 진영의 외연을 확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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