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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아파트 보유한 미국 거주자, 양도냐 상속이냐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최용준의 절세의 기술(42) 

이들 부부는 은퇴 후 미국으로 건너가 딸과 함께 10년 넘게 살았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지만, 한국에 남겨둔 재산의 가격이 꽤 올라 향후 상속세가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사진 pixabay]

이들 부부는 은퇴 후 미국으로 건너가 딸과 함께 10년 넘게 살았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지만, 한국에 남겨둔 재산의 가격이 꽤 올라 향후 상속세가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사진 pixabay]

구 씨 부부는 은퇴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직장을 다니는 딸과 함께 10년 넘게 지내왔다. 이제 손주들도 다 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겹쳐 막상 결정하기가 쉽지는 않다. 문제는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한국에 남겨둔 재산의 가격이 꽤 올라 향후의 상속세가 걱정된다는 점이다. 구 씨 가족에게 상속세 부담은 어느 정도나 될까?

피상속인의 거주자 여부로 납세 범위 결정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도 여전히 한국에 부동산 등의 재산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로 이주하면서 정리하지 않고 남겨둔 부동산이나 금융재산이 오랜 시간을 지나면서 크게 올라 세금 문제로 고민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해외에 거주하다가 사망할 경우 한국에서도 상속세를 내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도 많아지고 있다. 상속세를 낸다면 얼마나 내야 하는지, 그리고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한국과 미국에 각각 상속재산을 남겨 두었다면, 상속세는 한국의 재산에 대해서만 내는 것일까. 미국의 재산까지 포함해 내는 것일까. 상속세 납세의무의 범위는 '피상속인'의 '거주자'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사진 pxhere]

한국과 미국에 각각 상속재산을 남겨 두었다면, 상속세는 한국의 재산에 대해서만 내는 것일까. 미국의 재산까지 포함해 내는 것일까. 상속세 납세의무의 범위는 '피상속인'의 '거주자'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사진 pxhere]

만일 서로 다른 두 나라에 각각 상속 재산을 남겨두었다면 상속세를 내야 하는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따져보자. 가령 한국과 미국에 각각 상속재산을 남겨 둔 경우 상속세는 한국의 재산에 대해서만 내는 것일까, 아니면 미국의 재산까지 포함해 내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에 앞서 두 가지 납세 기준을 알아두어야 한다. 우선 상속세 납세의무의 범위는 돌아가신 ‘피상속인’의 ‘거주자’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상속을 받는 자녀들의 국적이 어디인지, 어디에 거주하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돌아가신 부모님, 즉 피상속인이 한국 거주자인지 아닌지에 따라 상속세 범위가 달라진다.

만일 피상속인이 한국 거주자에 해당한다면 한국의 재산뿐 아니라 미국의 재산도 모두 포함해 한국 국세청에 상속세를 신고 납부할 의무를 진다. 그렇다면 피상속인이 한국 거주자가 아닌 비거주자라면 한국에는 납세의무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비거주자라도 한국에 재산이 있으면 한국의 재산에 대해서는 한국 국세청에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재산에 대해서는 한국에 납부할 의무가 없다.

즉, 한국과 미국에 모두 재산을 가지고 있던 피상속인이 한국 거주자라면 한국에 내야 할 상속세 범위(한국+미국)가 더 커지고, 비거주자라면 한국에 내야 할 상속세 범위(한국)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상속공제 또한 피상속인이 거주자인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상속을 받는 상속인이 거주자인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피상속인이 거주자라면 상속공제를 많이 받을 수 있지만, 비거주자라면 상속공제 면에서는 불리해져 상속세 부담이 커진다.

보통의 경우 상속세 계산 시 일괄공제 5억원, 배우자 공제 5억원(최대 30억원)을 공제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는 거주자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피상속인이 비거주자라면 기초공제 2억원밖에 공제받지 못한다.

한국에 12억원의 재산을 가진 상태에서 사망할 경우 거주자 여부에 따라 상속세 부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자. 만일 피상속인이 한국 거주자이고 배우자가 있다면 최소한 10억원(일괄공제 5억원, 배우자공제 5억원)이 적용돼 상속세로 약 3000만원을 납부하면 된다. 그러나 비거주자라면 기초공제 2억원만 적용되므로 약 2억 4000만원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비거주자가 8배나 무거운 상속세를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한국에 재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경우 해외에서 거주하다가 비거주자로 사망하는 것보다 한국에서 거주하다가 사망하는 것이 상속공제를 충분히 받을 수 있으므로 상속세 부담을 더 줄일 수 있다.

물론 그리 단순하게 판단할 일은 아니다. 가령 한국에도 재산이 있지만, 미국에 더 큰 재산이 있는 경우라면 어떻게 될까? 한국 거주자로 사망할 경우 상속공제는 많이 받을 수 있지만, 미국의 재산에 대해서도 한국에서 상속세가 과세되므로 자칫 상속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상속재산이 1100만 달러(약 130억원)를 넘지 않으면 상속세를 면제해 주기 때문에 한국보다 상속세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따라서 미국에 재산이 더 많다면 한국에서 거주자로서 한국과 미국의 재산까지 상속세를 내는 것보다 차라리 비거주자로 사망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보면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비록 한국 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세 부담이 크겠지만, 더 규모가 큰 미국 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세 부담을 원천적으로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에 재산이 많다면 가급적 한국에 거주하다가 한국 거주자로 사망하는 것이 낫지만, 미국에 재산이 더 많다면 한국 거주자로 사망하는 것이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비거주자, 아파트 양도보단 상속이 유리  

한국에서는 상속세 못지않게 양도세 부담도 크다. 오랜 기간 보유해 양도차익이 크다면 양도세 부담도 크기 때문에 미리 팔아서 가져갈지, 추후 상속을 받은 후 이를 양도해 가져갈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중앙포토]

한국에서는 상속세 못지않게 양도세 부담도 크다. 오랜 기간 보유해 양도차익이 크다면 양도세 부담도 크기 때문에 미리 팔아서 가져갈지, 추후 상속을 받은 후 이를 양도해 가져갈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중앙포토]

미국에 거주하는 구 씨는 한국의 상속세가 늘 걱정이 된다. 비거주자로서 상속공제 면에서 불리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 두고 온 아파트를 양도해 현금을 미국으로 가져갈까 생각 중이다. 과연 세금 면에서는 옳은 결정일까?

구 씨가 20년 전 1억원에 산 아파트를 지금 10억원에 양도한다면 양도세로 약 2억 5100만원을 내야 한다. 구 씨는 비거주자로서 1세대 1주택 비과세가 적용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장기보유공제도 최대 30%까지만 받을 수 있어 세 부담이 비교적 크다.

그러나 만일 구 씨가 아파트를 그대로 두었다가 자녀들이 10억원에 상속받아 바로 양도한다면 어떻게 될까? 비록 상속세 부담은 약 1억 7500만원을 내야 하지만 자녀들은 양도차익이 없어 양도세는 내지 않아도 된다.

세 부담만 따진다면 지금 양도해 가져가는 경우가 7600만원 만큼 세 부담이 더 크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상속세 부담도 크지만, 양도세 부담도 못지않게 크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오랜 기간 보유해 양도차익이 크다면 양도세 부담도 꽤 크기 때문에 미리 팔아서 가져가는 것이 좋은지 추후 상속을 받은 후 이를 양도해 가져가는 것이 좋은지 미리 신중하게 검토하고 결정하기를 권한다.

최용준 세무법인 다솔 WM센터 세무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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