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7월18일→8월24일→8월31일···日보복, 세 고비 남아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일본의 한국에 대한 제재 조치는 이제 시작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1일 발표한 반도체 산업 부문 수출 규제는 출발점이다. 이어 다음 달 말까지 중요한 세 번의 분기점이 고비다. 이달 21일엔 일본 참의원 선거, 다음 달엔 8ㆍ15 광복절 문재인 대통령 메시지 등 양국의 주요 정치 일정도 변수다.

7월18일 강제징용 제3국 중재위 구성 시한 #8월24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 시한 #8월말 화이트 국가 리스트 배제 여부 결정

분기점① 7월 18일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 관련해 제3국 중재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요구한 데 대해 한국 정부가 답변을 내는 시한이다. 한국 정부가 답변을 내놓지 않을 경우 일본 정부는 이때를 2차 보복 카드를 꺼내는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중재위 구성을 요구하는 근거는 1965년 체결한 한ㆍ일 청구권 협정이다. 협정은 청구권 관련 분쟁이 발생할 경우 첫째로 외교 경로로 해결하고(3조1항), 안 되면 양국 간 중재위를 구성하며(3조2항), 한 국가가 거부할 경우 3국을 통한 중재위(3조3항)를 구성하도록 했다.
이에 일본은 지난 1월엔 3조1항에 따른 외교협의 요청(한국 외교부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사실상 거부)→지난 5월엔 3조2항에 따른 양국 중재위 구성(한국 정부 “신중히 검토 중”이라며 사실상 거부)→지난달 19일 3조3항에 따른 제3국 중재위 설치를 요청했다. 답변 시한은 1개월로, 7월 18일이다.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의하면 한국은 제3국 중재위 요청을 수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한일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는 이제 시작이라는 시각이 외교가에선 지배적이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한일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는 이제 시작이라는 시각이 외교가에선 지배적이다. [연합뉴스]

7월 18일은 일본 참의원 선거(21일) 코앞에 둔 시점이다. 아베 정부로선 한국을 압박하면서 보수표를 결집하는 일거양득의 시점이다. 마이니치(每日)신문 등 일본 언론도 7월 18일을 추가 조치의 관문으로 보도해왔다.

분기점② 8월 24일

한ㆍ일간 2~3급 군사기밀을 공유하기 위해 맺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의 연장 시한이다. 한ㆍ일 양국은 국내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 도발 등과 관련한 기밀 공유를 위해 2016년 11월 이 협정을 체결했다. 1년마다 연장하는데 한ㆍ일 중 어느 한 국가가 파기를 원할 경우 만기 90일 전에 통보해야 한다. 그 시점을 역산하면 8월 24일이 연장시한이 된다.

일본이 지소미아 파기 카드를 꺼낼 경우 제재가 단순히 경제 분야를 넘어 외교안보 전반으로 확산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는 일본이 비밀을 공유할 수 없는 '안보 우려국'으로 한국을 간주하겠다는 선언이 된다. 가능성은 엄존한다. 일본 측 외교소식통은 10일 “지소미아 역시 고려의 대상”이라고 전했다. 일본 사정에 정통한 한국의 외교 소식통도 “지소미아도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일본의 통상 보복 조치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일본의 통상 보복 조치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뉴시스]

연장시한을 앞둔 8월 15일엔 문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 메시지가 있다. 문 대통령의 광복절 메시지를 본 뒤 일본이 관련 조치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국에서도 이미 지소미아 파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송영길 민주당 의원 등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지소미아 체결 과정에 정통한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10일 통화에서 “지소미아는 대북 정보의 한ㆍ미ㆍ일 공조 체제 중 하나라는 점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기점③ 8월 31일

일본의 한국 제재 조치가 반도체에서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는 시점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화이트 리스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관련 정령(시행령)을 8월 중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르면 8월 말까지는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예고다. 화이트 국가란 일본이 핵무기ㆍ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품목에 대한 까다로운 수출 허가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혜택을 받는 국가다. 아시아에선 현재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원 등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무역보복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제품 판매중지·불매운동을 선언하고 있다. [뉴스1]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원 등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무역보복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제품 판매중지·불매운동을 선언하고 있다. [뉴스1]

한국이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되면 일본 정부는 반도체만 아니라 자동차ㆍ가전ㆍ전자 등 산업 전체 분야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적용할 수 있다. 주일대사를 지낸 신각수 전 외교부 1차관은 “일본이 악의적으로 운용할 경우 한국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게 화이트 국가 제외”라며 “단순한 수출규제를 넘어 한국이 위험한 국가라는 평판을 국제사회에 퍼뜨리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