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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日, 독재국가처럼 언론 다룬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월 1일 새 연호 '레이와' 발표 기자회견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일본 취재진들. [신화통신] (기사 내용과 행사는 직접적 관련이 없음)

지난 4월 1일 새 연호 '레이와' 발표 기자회견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일본 취재진들. [신화통신] (기사 내용과 행사는 직접적 관련이 없음)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일본의 폐쇄적 언론 보도 환경 실태를 집중 조망했다. 지난달 국제연합(UN)이 관련 보고서를 낸 데 이어 일본 언론의 독립성을 우려하는 국제사회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기자단 제도·관언유착 관행 비판 #아베 재집권 후 통제 강화 양상 #관례 깬 도쿄신문 여기자 소개도

 NYT는 “일본에서는 많은 질문을 하는 기자가 이례적으로 여겨진다”는 제목의 기사를 지난 5일 온라인에 게재했다. 정보를 통제하려는 일본 정부와 그에 맞춰 순응한 기자들의 문화를 소개하면서다.

 신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은 언론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돼있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면서 “그런데도 일본 정부가 여전히 때때로 독재 체제를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언론을) 다룬다”고 지적했다.

 일본 특유의 폐쇄적 기자단 제도와 언론계 전반에 만연한 관언유착 관행 등이 후진적 언론 문화의 구체적 예로 소개됐다. NYT는 “(일본에서는 정부가) 특정 기자들의 기자회견 접근을 아예 막기도 하고, 정치인들이 언론사 경영진과의 사교 관계를 활용해 기자들을 통제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대다수 기자의 태도도 비판적으로 묘사했다. 일본 기자들이 현장에서 “종종 심문자(inquisitor)라기보다는 타자수(stenographer)인 것처럼 행동한다”면서 정부 부처 기자회견장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듣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반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에게서 ‘기자회견 참석 금지’ 요청을 받은 도쿄신문 사회부 모치즈키 이소코(望月衣塑子·44·여) 기자 사례는 이 같은 일본의 언론 관행을 깬 파격적 사례로 소개됐다.

 NYT에 따르면 모치즈키 기자는 지난 2017년 6월 하루 두 차례 진행되는 스가 장관의 정례 기자회견에서 비슷한 질문을 23차례 반복하는 등 이례적으로 끈질긴 태도를 보여 화제가 됐다. 모치즈키를 향해 “당신의 질문 하나하나에 내가 답할 필요는 없습니다”고 말한 스가 장관은 이후 ‘추측에 근거한 부적절한 질문을 반복한다’는 이유로 도쿄신문 측에 그녀를 기자회견에 보내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일본 언론인들은 이 일을 촉매로 지난 3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NYT는 600여명이 모인 해당 집회에서 기자들이 스가 장관과 일본 정부를 상대로 “기자들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말라”, “진실을 위해 싸우자”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전했다.

아베 일본 총리가 올 1월 미에현 이세시 이세신궁을 참배한 뒤 현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일본 총리가 올 1월 미에현 이세시 이세신궁을 참배한 뒤 현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언론 자유와 독립성은 지난 2012년 아베(安倍) 정권이 재출범한 뒤 급격히 훼손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데이비드 케이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2017년에 이어 지난달 “일본 언론의 독립성이 여전히 우려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World Press Freedom Index) 평가에서 일본은 올해 67위로 주요 7개국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41위로 대만(42위)과 함께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50위 안에 들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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