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진압 경찰, 홍콩 경찰이 아닐 수도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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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판 ‘임을 위한 행진곡’인 ‘우산행진곡’을 작사한 메리 킹(金佩瑋·55) 박사가 3일 중앙일보 인터뷰에 앞서 노래를 직접 부르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홍콩판 ‘임을 위한 행진곡’인 ‘우산행진곡’을 작사한 메리 킹(金佩瑋·55) 박사가 3일 중앙일보 인터뷰에 앞서 노래를 직접 부르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지난달 홍콩의 범죄인 인도 조약 반대 시위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려졌다. 광둥어로 번역된 노래는 홍콩에서 ‘우산행진곡’으로 불린다. 지난달 14일 홍콩 어머니 집회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한국에 알려지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 메리 킹(金佩瑋·55) 박사는 ‘우산행진곡’은 물론 지난 1997년 레미제라블의 주제가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인민의 노래(人民之歌)’라는 제목으로 번역한 사회운동가다. 3일 오후 홍콩 섬시완허(西灣河)역 인근 사무실에서 만나 홍콩의 최근 시위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한국에서도 이미 유명인사가 됐다. 자신을 소개해달라.
“(한국어로) 내 이름은 김패위(金佩瑋)다. (이하 광둥어) 검검(甘甘)이라고 불러도 된다. 대학에서 젠더 문화를 가르친다. 청년운동도 하고 있다.”
-중국 해방군보가 전날 홍콩 주둔 부대의 긴급 훈련을 보도했다. 홍콩 시민 여론은 어떤가?
“이번 훈련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이런 상상을 했다. 해방군이 이미 입성한 건 아닐까. 홍콩을 통제하려는 것 아닐까? 나도 이를 믿는다. 어떤 이들은 심지어 지난 6월 12일 시위대를 다치게 한 사람(경찰)이 홍콩 경찰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캐리 람 행정장관과 중국이 어제부터 폭력 시위를 끝까지 추궁하겠다고 선언했다. 향후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는 어떻게 될까?
“답하기 어렵다. 솔직히 이번 시위에 많이 참여하지 않았다. 사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송환법에 반대하는 데 무척 놀랐다. 홍콩 시민의 두려움과 불만을 반영했다. 시민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정부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이제는 소통의 문제를 넘어섰다. 시민의 생각과 정부의 생각이 다르다. 정부는 시위대를 반대파로만 여긴다. 시민이 어떤 것을 말해도 정부는 들을 필요도 없고,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 현 정부 거버넌스의 가장 큰 문제다.”
-1980년 광주, 1989년 베이징, 2019년 홍콩까지 40년 사이에 세 도시에서 큰 시위가 벌어졌다. 국제사회는 물론 한국이 홍콩 시위에 관심이 많다.
“홍콩은 한국은 물론 세계 친구들의 관심과 도움이 정말로 필요하다. 베이징의 민중 운동은 잔혹하게 진압당했다. 나 역시 홍콩의 미래에 비관적이다. 하지만 비관만 할 것이 아니다. 홍콩은 이야기할 수 있다. 아직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  모든 노력을 다해 자유와 민주를 쟁취할 것이다. 국제사회와 한국 친구들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젠더 문제를 평생 연구해 왔다고 들었다. 홍콩의 성차별 현황은?
“겉으로 보면 홍콩의 남녀평등은 의심할 여지 없이 좋다. 단 내실을 보면 다르다. 남녀 사이에 원망이 여전하다. 젠더를 연구한 학자로 지난 20년간 홍콩의 성 평등 의식은 후퇴했다. 성 평등과 정치의 관계도 밀접하다. 독재 정부일수록 성 평등 의식도 후퇴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한국어가 수준급이다.
“(한국어로) 한국어를 Two년(이년) 배웠어요. 조금 할 수 있어요. 한국에 많이 갔어요.”
킹 박사는 한국에 친구가 많다고 했다. 한국에도 종종 다녀간다고 말했다. 한국의 협동조합과 비슷한 방식으로 한국인 친구와 식자재 판매 사업도 하고 있다.
킹 박사는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 중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는 구절이 가장 좋다고 했다. ‘우산행진곡’은 이 단락을 이렇게 부르고 있다. “세월이 색채를 잊는다 해도, 산과 바다에 맡기리(歲月忘了的色彩 交給山與海).”
홍콩=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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