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무 창원시장 반바지 입고 출근..."전시행정" vs"업무능률 향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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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허성무 창원시장이 여름철 혹서기를 맞아 반바지 등 편한 복장으로 출근할 수 있는 '프리패션데이' 시행에 맞춰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3일 허성무 창원시장이 여름철 혹서기를 맞아 반바지 등 편한 복장으로 출근할 수 있는 '프리패션데이' 시행에 맞춰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3일 오전 8시 15분쯤 허성무 창원시장이 반바지 차림으로 창원시청으로 들어섰다. 창원시는 한여름인 7월부터 매주 수요일 하루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반바지를 입고 출근할 수 있도록 하는 ‘프리 패션 데이(Free Fashion Day, 자율 복장일)’를 지정했는데 허 시장이 본을 보이기 위해 반바지를 입고 출근했다.

창원시 7~8월 프리패션 데이 지정해 반바지 차림 허용 #2012년 서울시 첫 도입, 경기도 등 타 지역 확대 추세 #하지만 "다리털 보여 불쾌하다 "실효성 논란도 많아

허 시장은 이날 푸른색 계열 남방과 푸른색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약 20여분간 걸어서 시청으로 출근했다. 허 시장은 시청에 도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평소에도 걸어서 출근하는데 양복 대신 반바지를 입으니 역시 시원하고 편해서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지침상 여름철 관공서 실내온도는 28도로 맞춰야 한다”며 “좁은 공간에서 부채질이나 선풍기 바람을 맞으면서 땀을 닦아가며 일하는 직원들이 조금이라도 더 시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여름철 복장을 자유롭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허 시장은 또 “공무원 복무규정에는 단정하게 옷을 입어야 한다고만 되어 있고 반바지 제한규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무조건 꽁꽁 싸맨다고 단정한 것이 아니라 반바지도 단정하게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허 시장은 반바지 근무를 시작하면서 집무실에 양복을 한 벌 준비해 놨다. 외부행사나 손님 접견 등 의전에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서다.

허 시장은 “여름철 시원하고 자유로운 복장이 공무원들 생각을 자유롭게 해 유연하고 좋은 정책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이날 창원시청에는 허 시장 외에도 20~30대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반바지 근무가 정착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창원시 관계자는 “여름철에 반바지 근무를 전면 시행하려 했는데 오히려 우리 직원들이 더 보수적이라 수요일만 한번 해보자는 의견을 냈다”며 “늘 하던 관성이 있어 공무원들이 반바지를 편하게 입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창원시의 반바지 근무는 오는 8월까지다. 하지만 창원시는 민원실 등 시민을 응대하는 부서와 단속부서 직원들은 반바지를 입을 수 없도록 했다. 또 반바지를 입더라도 운동화나 캐주얼화를 신도록 하는 등 최소한의 품위는 갖추도록 했다.

경기도청 반바지 자율 착용 시행 첫날, 반바지를 착용하고 출근한 구자필(48) 주무관. [연합뉴스]

경기도청 반바지 자율 착용 시행 첫날, 반바지를 착용하고 출근한 구자필(48) 주무관. [연합뉴스]

반바지 근무는 창원시가 처음이 아니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 ‘공무원 ‘쿨비즈 복장 지침’을 만들어 여름철엔 반바지와 샌들 차림을 허용하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 시장도 여러 차례 반바지 차림을 선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지난해 여름 염태영 수원시장이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했다. 경기도도 지난 1일부터 직원들의 반바지 차림을 허용했다. 첫날민관협치과에서 근무하는 구자필(48) 주무관이 반바지를 입고 출근해 ‘경기도청 반바지 공무원 1호’가 됐다. 허태정 대전시장도 지난 2일 “혹서기에는 자유로운 복장으로 일하자”며 “금요일에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반바지 차림은 실내 온도를 적정하게 해 에너지 절약과 업무 능률을 향상한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부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참여자가 드물 것이 뻔한 전시 행정이다”라거나 “다리털 등이 민원인은 물론 동료에게 불쾌감을 준다”는 의견이다.

창원·대전=위성욱·김방현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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