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당한 한국당 의원이 "채이배 수사자료 달라" 경찰에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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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실을 점거하자 채 의원이 창문을 통해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4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실을 점거하자 채 의원이 창문을 통해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지난 4월 발생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감금 사건의 수사 상황 등에 대한 자료를 경찰에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국회와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자유한국당 이채익, 이종배 의원은 경찰청에 패스트트랙 수사진행 상황 및 수사 계획, 조사담당자의 이름과 연락처, 조사 대상자 등의 명단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이에 경찰청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별도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다는 답변을 국회에 전달했다.

이채익 의원은 경찰청을 피감기관으로 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국당 간사고, 이종배 의원은 사건 당시 채 의원실에 몰려갔던 당사자로 이번 사건의 피고발인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두 의원이 경찰청에 수사 현황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것은 '수사 외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해당 의원들은 통상적인 일로 외압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채익 의원실은 해명자료를 내고 "행안위 간사로서 평소 행안위 소관 주요 이슈의 현황 자료를 공식적인 자료요구를 통해 파악해왔다"며 "경찰을 압박하거나 부당한 외압을 행사하는 것처럼 비치는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이종배 의원실 관계자는 "녹색당으로부터 고발을 당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서 자료를 요청한 것"이라며 "일반인들도 조사를 받으면 수사기관에 담당 수사관과 절차 등을 문의하는 것처럼 외압이라고 볼 사안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수사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사건당사자가 국회의원 고유권한인 피감기관 자료 요구권을 행사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달 27일 오전 한국당 엄용수, 여상규, 정갑윤, 이양수 의원에게 오는 4일까지 출석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4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 과정에서 채 의원의 의원실을 점거하고, 6시간 동안 감금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녹색당은 국회법 위반,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한국당 의원 13명을 고소·고발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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