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런던 주택가 하늘서 사람이 '뚝'…밀입국하다 추락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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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난 런던 남부 클래펌 지역의 주택가. [AP=연합뉴스]

사고가 난 런던 남부 클래펌 지역의 주택가. [AP=연합뉴스]

영국 런던 남부의 한 주택가 공중에서 남성 시신이 추락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BBC 등 현지 언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0분쯤 런던 남부 클래펌 지역의 한 주택 정원에 '쿵'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사람이 떨어졌다.

추락 지점은 정원에서 일광욕을 즐기던 주민으로부터 1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당시 충격으로 땅이 움푹 파였다고 목격자는 밝혔다.

한 이웃 주민은 "'쿵'하는 소리를 듣고 2층으로 올라가 창문으로 내려다봤다. 사람이 옆집 정원에 쓰러져 있었다"며 "나는 그 사람이 추락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조사에 나선 경찰은 런던 히스로 공항에 착륙한 케냐항공 소속 비행기 착륙장치에서 숨진 남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과 물, 음식 등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 남성이 케냐의 조모 케냐타 국제공항에서 출발해 런던 히스로 공항으로 가던 비행기에 숨어 밀입국하려다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비행기의 비행거리는 약 6839㎞로, 약 8시간 50분가량 소요되는 경로다. 히스로 공항에는 사고 10분 뒤인 오후 3시 50분쯤 착륙했다.

해당 비행기의 비행 데이터에 따르면 숨진 남성이 추락한 지점을 지날 때 비행기는 약 1㎞ 상공에 있었으며 시속 321㎞ 속도로 비행 중이었다.

경찰은 숨진 남성의 신원 파악에 나서는 한편 부검을 통해 명확한 사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현지 주민들은 대형참사가 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 주민은 "우리 아이들도 사람이 떨어지기 15분 전까지 그 정원에 있었다"며 "2초만 늦게 떨어졌다면 수백명이 모여 있던 공원에 추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냐항공 측은 성명을 통해 "사람이 비행기 화물칸에 탔다가 목숨을 잃은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숨진 이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는 지난 2012년에도 모잠비크 출신의 30세 남성이 비행기 이착륙 장치에 숨어 밀입국을 시도하다 착륙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그는 앙골라에서 히스로로 향하던 비행기 이착륙 장치에 숨어 있었다. 일각에서는 12시간의 비행 동안 영하 60도까지 내려가는 추위 때문에 추락 이전에 이미 숨진 상태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밖에도 2015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출발한 브리티시항공 소속 비행기의 이착륙 장치를 붙잡고 10시간의 비행을 견디던 사람이 런던 남서쪽 리치먼드 지역의 한 상점 지붕에 추락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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