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편의점과 대기업 동일 적용…업종별 차등적용 무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인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오른쪽 부터),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경총 전무, 이태희 중기중앙 스마트일자리 본부장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인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오른쪽 부터),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경총 전무, 이태희 중기중앙 스마트일자리 본부장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의 업종·규모별 차등적용이 무산됐다. 내년에도 편의점을 비롯한 영세 중소업체와 대기업은 동일한 최저임금 적용을 받게 된다.

최저임금위 제5차 전원회의에서 결정 #사용자 위원 전원 퇴장…심의 파행

사용자 위원 9명은 이에 반발하며 최저임금 심의장에서 집단 퇴장했다. 사용자 위원 측은 "추가 논의는 무의미하다"는 요지의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26일로 예정된 6차 전원회의를 보이콧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최저임금 심의가 파행으로 치닫게 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6일 제5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에도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시간급과 월급을 병기해 공표하기로 결정했다.

업종별 차등 적용에 공익위원 한 명만 찬성 

최저임금위는 두 사안을 두고 노사의 대립이 계속되자 표결에 부쳤다. 투표 결과 업종·규모별 차등 적용에 찬성한 사람은 전체 27명(근로자·사용자·공익 각 9명)의 위원 중 10명이었다. 공익위원 가운데 한 명만 차등 적용에 찬성하고, 나머지는 모두 현행 단일 적용체제를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공표 대상에서 월급을 제외하고 시간급만 공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공익위원 중 두 명이 찬성했다. 공익위원 7명과 근로자 위원 전원(9명)이 현재와 같이 시간급과 월급을 병기하는 방식에 표를 던졌다.

"영세 사업장 40%가 현 최저임금 못 주고 있어" vs "최저임금 취지에 반해"

두 사안은 경영계가 강하게 수정을 요구한 사안이다. 경영계는 자영업자를 비롯한 영세 중소사업장의 지불 능력과 노동생산성 격차를 고려해 업종과 규모별로 차등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사용자 위원들은 "숙박음식업 근로자의 43%,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36%가 최저임금조차 못 받고 있다"며 "이는 최근 2년 동안 30% 가까이 오른 최저임금이 해당 업종과 규모의 기업에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업종이나 규모별로 차이를 두는 것은 최저임금의 취지에 반한다"며 반대했다.

"주휴수당 포함한 월급 병기는 혼란만 부추겨" vs "근로기준법상 권리"

경영계는 또 주휴수당을 둘러싼 다툼이 일선 현장에서 계속되는 점을 감안할 때 주휴수당을 포함해서 계산하는 월급 환산액을 병기 공표하는 것은 혼란만 부추긴다며 공표 대상에서 제외토록 요청했다.

노동계는 "주휴수당은 최저임금법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이 정한 사안으로 별건"이라며 경영계에 맞섰다.

경영계 "두 문제 개선 없이 내년 최저임금 논의 무의미"

사용자 위원은 투표 결과가 나오자 회의장에서 전원 퇴장했다. 사용자 위원은 입장문을 통해 "두 문제에 대한 개선이나 고민 없이 2020년 최저임금에 대한 추가 논의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사용자 위원들은 지난해에도 두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회의장을 나갔다. 당시 공익위원들은 사용자 위원이 퇴장하자 올해 적용 중인 최저임금을 시급 8350원으로 제시하고, 투표로 결정했다.

경영계, 27일 전원회의 보이콧…심의 시한 하루 앞두고 파행

사용자 위원들은 27일로 예정된 6차 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향후 회의 참석 여부도 결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용자 위원의 최저임금 심의 보이콧이 길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법정 시한(27일)을 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대한 심의 기간을 늦춘다고 하더라도 다음 달 15일까지는 결정해야 한다. 2주밖에 남지 않았다.

경영계, 심의 계속 보이콧하면 또 확 오를 가능성 배제 못 해

이 기간 동안 사용자 위원이 없는 상태에서 노동단체 인사로 구성된 근로자 위원의 입김만 작용하면 내년 최저임금액이 또다시 확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최저임금위 관계자는 "노동계가 시급 1만원을 요구하고, 공익위원이 경제 상황을 고려해 아주 낮은 인상률을 제시해 투표를 진행한다고 치자. 그런데 공익위원 중 한 명이라도 노동계 안에 표를 던지면 시급 1만원이 확정된다. 이런 위험을 사용자 위원이 감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