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 시위 3번 하면 벌금” 일본 가와사키시 조례안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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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일본 교토 번화가인 기온 앞에서 우익들이 혐한시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카운터 시위대들이 도로에 누워 저지하려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일본 교토 번화가인 기온 앞에서 우익들이 혐한시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카운터 시위대들이 도로에 누워 저지하려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가 혐한(嫌韓) 발언·집회 등 이른바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를 억제하기 위해 상습 위반자에게 50만엔(약 5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는 조례안을 마련했다고 현지 언론이 25일 보도했다. 일본에서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벌칙 규정이 담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가와사키시는 지난 24일 헤이트 스피치를 3차례 반복할 경우 50만엔 이하 벌금을 물리는 내용을 담은 ‘차별 없는 인권존중 마을 만들기 조례(가칭)’ 초안을 공개했다.

가와사키시가 이번에 공개한 조례 초안에는 공공장소에서 개인이나 단체가 증오 연설을 하거나, 하도록 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3차례 이상 위반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우선 1차 위반자에게는 시장이 중단을 권고한다. 그래도 위반을 계속하면 중단을 명령하게 된다. 3차례 위반 때에는 해당자 또는 단체의 이름을 공표하고 시 당국이 피해자를 대신해 검찰이나 경찰에 고발한다. 벌금 부과 여부나 구체적인 벌금액은 법원 판단에 맡긴다고 한다.

다만 공공장소가 아닌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과 행위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점을 고려해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가와사키시는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올 12월 시 의회에 확정 조례안을 제출해 내년 7월부터 벌칙 조항이 포함된 새 조례를 시행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일본에선 2016년 5월 부당하고 차별적인 언동을 용인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수준의 헤이트 스피치 대책법이 시행됐지만, 위반 시 처벌 규정이 없어 헤이트 스피치 억제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오사카(大阪)시·고베(神戶)시·도쿄도(東京都) 등 지자체들도 조례를 만들어 헤이트 스피치를 금지하고 있지만, 이 역시 형사처분에 해당하는 벌금 규정은 없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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