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경제 투톱’인 김수현 정책실장과 윤종원 경제수석을 동시 교체했다. 후임 정책실장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경제수석에는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을 각각 임명했다.
정책실장 7개월 만에 김상조로 교체 #경제수석엔 기재부 차관 이호승 #“큰 그림 못 그리고 현안에 급급” 지적 #총선 앞두고 내각에 들어갈 수도
김수현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사회수석을 맡아 탈원전과 부동산 등 사회 전 분야를 관장해 ‘왕수석’으로 불렸다. 지난해 11월 장하성 초대 정책실장 후임으로 발탁되자 “왕수석이 왕실장이 됐다”고 했지만 결국 7개월여 만에 물러나게 됐다.
그 자리를 대신한 건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김상조 위원장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은 학계·시민단체·정부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통해 경제 분야뿐 아니라 사회·복지·교육 분야에서 시대적 소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이라며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등 정부의 3대 경제 기조 중 공정경제 부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청와대 경제 라인(경제수석·일자리수석)의 동시 경질 속에 ‘소방수’로 투입됐던 윤종원 전 수석도 1년 만에 물러났다. 후임인 이 수석은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 출신으로, 기재부 1차관으로 발탁된 지 6개월 만에 수석비서관으로 급을 높여 청와대로 복귀했다.
두 사람이 내각에서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일각에선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고 대변인은 “어떤 성과를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단순히 현재 상황만 가지고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과도한 예단”이라고 말했다.
세간의 관심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왕실장으로 불리던 김수현 전 실장이 왜 7개월여 만에 전격 교체됐느냐에 쏠리고 있다. 자연히 최근 경제 악화 등과 맞물려 “경질됐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청와대는 경질이란 평가에 선을 긋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김수현 전 실장은 이미 2년 넘게 청와대에서 일했는데 경질 운운은 가혹한 진단”이라며 “김 전 실장은 물론 윤 전 수석도 또 쓰임새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의 총선 출마설이 나오면서 김 전 실장이 내각에 기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다만 청와대 내부적으로도 가시적 경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해선 “아쉬움이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비공개 회의 등에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경제 컨트롤타워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몇 차례 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 채 현안 대응에만 급급해 집권 3년 차가 넘도록 최저임금과 소득주도성장 프레임에만 갇혀 있었다는 불만이 있었다”며 “특히 현실론자인 김 전 실장은 공격적인 행보보다는 수세에 몰린 뒤 해명하는 방어적인 모습을 연출하곤 했다”고 전했다.
김상조 위원장이 전격 발탁된 배경에도 청와대의 이런 기류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참신한 경제 방향성을 설계해 달라는 주문이 내포된 것”이라며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는 관료 출신을 임명해 ‘설계자-실무자’의 균형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문 대통령은 3대 경제 기조를 변경하지 않으면서 국민적 동의를 더욱 높여갈 수 있는 방법 등을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에게 맡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