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황산에만 자라는 희귀식물 국내서 첫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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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생육지에서 발견된 네잎주걱비름.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특이생육지에서 발견된 네잎주걱비름.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제주 곶자왈 등 특이생육지에서 국내에서 발견된 적이 없는 희귀 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2016년부터 최근까지 진행한 식물다양성 조사 연구를 통해 제주 곶자왈 등 우리나라 특이생육지에서 털들깨 등 미기록 식물 5종을 발견했다고 20일 밝혔다.

특이생육지는 지형이나 지질적인 특징이 다른 지역과 달라 특이한 생태계를 보이는 곳으로 강원도 석회암 지대, 제주도 곶자왈 지대, 경상도 퇴적암 지대, 서남해 섬지역 등을 말한다. 이곳에서는 빙하기 등 과거 특정 시기에 자생했던 식물들에 지속적인 생육이 가능한 안정적인 피난처를 제공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다양한 종들이 분포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미기록 식물 5종은 지금까지 일본 고유종으로 알려진 2종(털들깨, 넓은잎대가래)과 중국 고유종으로 알려진 2종(네잎주걱비름, 여름개밀)이다. 나머지 1종(섬쇠무릎)은 한국을 제외한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 널리 분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이생육지에서 발견된 털들깨.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특이생육지에서 발견된 털들깨.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꿀풀과에 속한 털들깨(Perilla hirtella)는 제주도 곶자왈 지대에서, 가래과에 속한 넓은잎대가래(Potamogeton anguillanus)는 강원도 석회암 지대(영월군)의 작은 하천에서 발견됐다.

돌나물과에 속한 네잎주걱비름(Sedum kiangnanense)과 벼과에 속한 여름개밀(Elymus shandongensis)은 서남해 섬지역(신안군)과 경상도 퇴적암 지대(의령군)에서 각각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변화 과정서 살아남아”

특이생육지에서 발견된 네잎주걱비름.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특이생육지에서 발견된 네잎주걱비름.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특히 네잎주걱비름은 중국 남부 안후이성(安徽省)의 황산(黃山)과 구화산(九華山) 일대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식물로 중국 자생지와 수백 km 떨어진 국내에서 발견된 것은 식물지리학적으로도 특이한 경우다. 네잎주걱비름은 꽃과 잎이 예뻐서 관상용 식물로 활용될 수 있다.

김진석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는 “과거 빙하기가 끝나고 기온이 올라가면서 남방계 식물이 우리나라로 올라왔다가 다시 후퇴했는데 일부 종이 특이생육지에서 살아남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후변화의 살아있는 증거들”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들 종이 우리나라 자생생물로 국제 학계에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련 학술지에 올해 하반기까지 논문을 투고하고, 절멸 방지를 위해 종자확보 및 개체 증식을 추진할 계획이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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