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 흔들며 번 돈 어딨지" 조롱 랩에 물고문···잔인한 10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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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부경찰서는 또래를 집단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A군(19) 등 10대 4명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로 넘기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9일 새벽 반지를 찾기 위해 사망한 피해자가 있는 원룸에 다시 들어가는 모습. [뉴시스]

광주 북부경찰서는 또래를 집단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A군(19) 등 10대 4명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로 넘기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9일 새벽 반지를 찾기 위해 사망한 피해자가 있는 원룸에 다시 들어가는 모습. [뉴시스]

직업학교에서 만난 또래를 괴롭히고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10대들의 가혹 행위가 경찰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들은 피해자에게 상습적으로 심부름이나 돈을 구해오라고 시킨 뒤 이를 하지 못하면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때리는 등 사실상 ‘노예’와 다름없이 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을 수사한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A(18)군 등 10대 4명은 피해자 B(18)군에게 돈을 빌려오라고 시키고 빌려오지 못하면 폭행했다.

또 B군이 주차장 안내 아르바이트를 해 번 75만원을 빼앗아 자신들이 먹고 즐기는 데에 사용했다.

경찰 조사 결과 A군 등의 폭행은 심부름을 시키기 위해 피해자를 원룸으로 불러 거의 함께 살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B군이 숨진 날인 9일까지 두 달여 동안 날마다 피해자를 폭행하고 돈을 빼앗았다.

A군 등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붓고 상처 입은 B군의 모습을 보고 ‘맞아서 부어 눈도 뜨지 못한다’는 가사를 지어 랩을 부르며 놀렸다.

피해자가 벌어온 돈을 빼앗으며 랩으로 ‘주차장에서 봉을 흔들며 번 돈 75만원은 어딨지? 나는 라면을 3개 끓여 불려 6인분으로 먹고 청소를 해’라고 비꼬기도 했다.

양동이에 물을 가득 담고 얼굴을 들이미는 가혹 행위를 한 정황도 나왔다.

A군 등은 피해자의 상처를 사진으로도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A군 등에게 살인 혐의 등을 적용해 18일 검찰로 넘기기로 했다. 당초 경찰은 이들에게 살인의 고의성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다발성 손상’이라는 부검 결과, 피해자의 폭행 피해 장면이 찍힌 사진·동영상, 폭행 도구 증거 등을 근거로 살인죄 적용을 결정했다.

특히 가해자 중 일부가 ‘이렇게 계속 때리다가는 죽을 수도 있겠다’고 진술한 점에서 이들이 피해자가 숨질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그동안 수사로 수집한 증거와 ‘피해자가 지난 9일 죽지 않았으면, 지금까지 폭행을 계속했을 것’이라고 진술하는 등 폭행 행위의 반복성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 사정도 종합해 살인 혐의 적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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